08. 상처로부터 비롯된 따스함
나는 한때
내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않는 것이
성숙함이라고 믿었다
울지 않는 것이 강함이고
참는 것이 미덕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살기 위한 방식이었지
온전히 살아 있는 방식은 아니었다
감정은 억제할수록 무뎌지고
무뎌진 마음은
결국 나조차 나를 느낄 수 없게 만든다
그 무감각 속에 살아냈지만
살아있다고 느끼지 못했다
음악을 듣고
글을 쓰고
길을 걸으며 점점 다시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갔다
그리고 그제야
다른 사람의 마음도
하나씩 들려오기 시작했다
슬픔을 오래 견뎌본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말없는 고통을 알 수 있다는 것
조용히 손을 잡고
그저 옆에 앉아있어 주는 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안다
위로는
거창한 언어가 아니다
나도 그런 적 있다고 말하는
존재의 공명이다
나는 이제
내가 살아온 시간을
이해받고 싶기보다는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는
성숙한 시간으로 쓰고 싶다
지금 누군가에게 필요한 건
빠른 해결이나 정답이 아니라
조용히 눈을 바라봐주는 것이다
서둘지 않고
과장하지 않으며
그저 그 자리에 있어주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상처로부터 따스함을 배운 사람
자신의 내면의 울림으로
타인의 고통에 내어줄 줄 아는 사람
그것이
내가 살아온 삶의 의미이고
내가 쓰는 이 글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