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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oniist Sep 27. 2021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2021. 9. 25.


길을 걷거나 설거지, 청소를 할 때 자주 노래를 흥얼거린다. 이때 선택되는 '넘버'들은 대부분 머리를 거치지 않고 바로 입에서 발사되는 편이라 별로 의미를 두지 않았는데 정말 아무런 개연성이 없을까라는 의문이 최근에 들었다. 그래서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음을 자각하는 순간, 노래를 멈추고 이 노래를 내가 왜 선택했는지 근원을 톺아보기 시작했다(예상하고 있겠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다. 노래에 심취해 있는 자신을 건져 올려 이성적 사유를 시작하는 것은 애인과 달콤한 데이트를 하다가 갑자기 그녀의 부모님을 만나는 것과 같은 일이다). 

여러 사례가 있었지만 지극히 사적이기에 아래 두 가지 사례만을 공개한다.


1. 어제 아침 설거지를 하면서 휘성의 '안되나요'를 불렀다. 

    2002년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 발라드가 설거지와 무슨 연관이 있겠나 의심하였지만 생각을 거슬러 올라가 보니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설거지를 하기 직전까지 나는 이 설거지를 꼭 지금 해야 하나, 점심 먹기 직전에 하면 '안되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2. 어제저녁 장을 보러 마트에 가며 동요 '초록바다'를 불렀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지 못하는 바다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발현된 것일까. 하지만 바다를 가고 싶다는 생각을 가까운 시간 내 한 적은 없었다.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할 때쯤 하나의 이미지가 떠올랐는데 그것은 마트에 가는 길에 있는 '서울우유' 간판이었다. 나는 그 간판의 초록색이 '꽤나 인상적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초등학교 우유 급식할 때부터 서울우유의 로고를 신기하게 바라보곤 했다).


나 조차도 인식하지 못하는 내 생각의 아주 작은 편린이 노래가 되어 나오고 있었다. 비단 흥얼거림 뿐일까.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나도 모르게 씨앗이 되어 말, 행동, 글, 그림이 되어 나오는 것일까. 아니, 이미 나왔을까. 그렇게까지 생각하니 소름이 돋는다. 스스로 너그럽게 용서했던 나의 과오들이 무겁게 느껴진다. 부끄럽다.


후회와 자책이 참 잦은 나는 남들이라면(순전히 내 상상이지만) 훌훌 털어버릴 일들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가 이따금씩 꺼내어 그 상처가 아물지 않도록 그 위에 다시 작은 생채기를 다시 내곤 한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라고 답할 수밖에 없는데, 상처를 다시 꺼내어 보는 일은 역시 괴롭다. 


이런 이유로 나는 대부분 의기소침해 있고 꽤 자주 자존감이 낮은 상태이다. 그렇게 길지 않은 인생을 사는 동안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또 자신을 실망시켜 왔다. 다른 사람들은 (순전히 내 상상이지만) '이제부터 잘하면 되지 뭐.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니까' 하고 앞으로 나아갈 것 같은데 나는 그게 잘 안된다. 잊을만하면 자꾸 그 순간들을 되새겨 본다. 그리고 그건 내가 여전히 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그냥 소심한 것일 수도 있다. 이것도 아니라면 자꾸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다 보면 어떤 곳에 닿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윤동주 시인이 '서시'의 부끄러움에서 '별 헤는 밤'의 자랑스러움까지 도달하였듯이.


이 글은 내 안의 가장 복잡한 부분을 밝히는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이 콤플렉스를 담은 캐릭터도 '다다다'에 심어 놓았는데 바로 주인공 캐릭터다. 주로 작은 것을 고민하고 작은 일을 걱정하는 캐릭터다. 이 캐릭터에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 작은 것들에 귀를 기울일 줄 안다는 것이겠지. 아무래도 주인공이다 보니까 헤어스타일을 독특하게 하고 싶어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당시 중국당면에 푹 빠져 있어서 머리에 중국당면을 널어놓은 느낌으로 그렸다. 


주인공입니다.

지난주에 팔로워 수가 급증하였다. 에피소드를 업로드한 후에 크게 효과가 없는 것 같아서 한동안 유료 홍보는 진행하지 않고 있었다. 서른한 번째 에피소드는 캠핑을 콘셉트로 그렸는데 색감이나 그림이 그동안 그렸던 것 중에서 가장 예쁜 것 같아서 이틀간 20,000원(부가세 별도)이라는 세심한 금액으로 홍보를 진행하였다. 큰 기대를 걸지 않았는데 다른 에피소드 홍보 때보다 홍보 누르기, 프로필 방문, 좋아요 누르기 등의 성적이 확연히 좋았다. 마침 콘텐츠를 홍보할 '킬러 에피소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던 터라, 이 에피소드가 기회가 될 수 있을 듯하여 50,000원(역시 부가세 별도)을 이틀간 추가로 집행하였다. 결과적으로 120분 정도가 이 에피소드를 통해 팔로우를 해주셨다. 


8,106분이 아무 반응 없었다는 것쯤은 가볍게 무시하는 거다.

서른한 번째 에피소드가 반응이 좋았던 것은 인스타그램 내에 '자기 계발' 관련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많기 때문이 아닐까. '무언가를 꾸준히 반복하라'라는 '자기 계발'의 보편적 메시지를 첫 텍스트로 내세워 시선을 끌고 뒷부분에서 그것을 한 번 비튼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 많은 분들에게 소구점을 갖는 이야기와 내가 잘하는 구성이 만났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맺은 것 같다. 이 부분을 계속 생각하며 콘텐츠 제작과 홍보를 진행할 예정이다.


마이클 조던은 고등학생이 되었고 이제 야구와 농구 사이에서 농구로 진로를 확실히 정하였다. 왠지 마이클 조던은 태어났을 때부터 농구 선수의 길을 걸었을 것 같은데 야구 쪽으로도 꽤 진지했던 것 같다. 마이클 조던이 야구를 선택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런 걸 상상하면 어딘지 모르게 아찔한 느낌이 든다. 뭐 나는 결국 마이클 조던은 어쨌든 농구 황제가 되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지만.


- 요즘 듣는 노래 : I can't get started (주디 콜린스, 빌리 홀리데이)

- 요즘 마시는 것 : 싱글 오리진 니구세 나렐(커피 리브레)

- 요즘 읽는 책 :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리처드 로티), 크래프톤 웨이(이기문), 미기후(이민하), 호시절(김현), 마이클 조던(롤랜드 레이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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