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학 후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다.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은 것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돌아온 학교라는 환경에 긴장되는 마음이 지속되어 심리상담을 받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심리검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그중 하나였던 TCI 검사는 타고난 기질, 그리고 만들어 가는 성격을 구분해서 알려주는 검사로, 내 기질과 성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단순한 검사 결과로 끝내기엔, 거기에 담겨있는 내 기질과 성격은 나를 잘 소개하고 있었고, 기록해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은 그런 마음에서 출발한다.
TCI 검사는 기질과 성격을 각각 살펴보는 검사이다. 크게 기질 네 가지와 성격 세 가지로 나뉘어 있다. 기질의 항목은 '새로움 추구', 위험 회피', '보상 의존', '인내'가 있다. 성격의 항목으로는 '자기 지향성', '협동성', '자아 추월성'이 있다. 이 중 내게 의미 있는 항목들에 대해 기록해보고자 한다.
나는 '새로움 추구'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는 새로운 환경에 흥미를 느끼기보다는, 익숙한 것을 선호하고 안정적인 틀 안에 있으려는 경향이라고 한다. 실제로 나는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상황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고, 항상 익숙한 루틴을 따를 때 마음이 편했다. 내게 변화란 기대보다는 불안을 먼저 불러오는 요소였다.
반면, '위험 회피'는 매우 높은 편이었다. 걱정이 많고 예측하지 못하는 일에 불안을 느끼며 무엇이든 대비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하다. 나는 실제로 별일 아닌 상황에도 불안을 너무 크게 느끼는 경우가 많았고, 모든 일에 계획을 세우고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에너지를 썼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필요 이상으로 에너지를 소모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나의 여러 가지 기질을 살펴보니 그동안 내가 왜 많은 불안이 있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새로운, 특히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 대해 회피하는 기질이 강한 편이었다. 그래서 평소와 조금만 다른 상황이 펼쳐지면 어김없이 불안이 생겼던 것이었다. 그것은 나의 성격 탓보다는,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고 있는 기질적 경향 중 하나였다는 것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성격 항목 중 '자기 지향성' 부분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는 자기 통제에 어려움이 있고, 일을 해나가는 동기가 저하되어 있는 결과라고 한다. 단순히 '의지가 약하다'라는 것보다는, 삶을 스스로 이끌어 나갈 충분한 힘이 없다는 것이라는 결과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아직도 나는 스스로를 이끌 만큼 충분히 단단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생각을 했다.
이 검사를 통해 알게 된 것은, 내가 느끼는 불안과 무기력함이 단순히 성격의 문제나 게으름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나의 기질과 성격은 각각의 배경을 가지고 있고, 그 특성들은 내가 어떤 환경에서 더 편안함을 느끼고 어떤 상황에서 흔들리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단서가 되었다.
나는 이제 나의 기질을 억누르거나 바꾸려 하기보단,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려 한다. 나에게 맞는 환경과 방식은 무엇인지, 내가 내 삶을 편안하게 살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지 천천히, 하나씩 배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