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까지, 내가 옷을 고르는 기준은 간단했다. 눈에 띄지 않을 것. 내 몸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고, 최대한 내 몸을 가리고 숨기는데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선택지는 늘 비슷했다. 검은색, 여유로운 사이즈, 당연히 몸의 어느 부분도 드러나지 않는 디자인. '나는 뚱뚱하니까.', '나한테는 어울리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은 언제나 당연하게 따라왔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나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나를 사랑할수록 내 옷차림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남들의 시선보다는 내 취향대로,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입으며 나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대학교에 들어오니 정말 다양한 옷차림의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은 트레이닝 복에 슬리퍼를 신고, 원피스에 굽 높은 구두를 신은 사람도 있었다. 이런 사람들은 서로의 옷차림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나는 항상 '나한테 안 어울리면 어쩌지?', '더 뚱뚱해 보이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걱정이 많았는데, 정작 사람들은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안도감과 해방감이 들었다.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입어도 되는구나! 그 후 용기를 내어 평소라면 입지 않았을 짧은 치마도 입어보고, 밝은 색의 원피스도 입어보았다. 누군가는 "예쁘다."며 칭찬을 해주었고, 누군가는 별다른 반응 없이 지나갔다. 이러한 반응들이 오히려 나를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칭찬이든 무관심이든 사람들은 내 옷차림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때부터 나는 내가 입고 싶은 옷들을 마음껏 입기 시작했다. 무채색 대신 내가 좋아하는 색의 옷을 찾고, 몸을 가릴 수 있는 디자인보다 내가 예쁘다 생각되는 디자인의 옷을 사기 시작했다. 마침내, 옷을 나를 숨기기 위한 수단이 아닌, 나를 드러내는 하나의 출구로 사용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찾아가며, 스스로도 놀랐던 점이 있다. 나는 생각보다 치마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예전에는 당연히 바지가 더 편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치마를 입으면 다리가 예쁘지 않아 보일까봐, 어울리지 않을까봐 걱정했던 마음 때문이었다. 내 '취향'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민소매도 그렇다. 예전엔 나는 민소매는 절대 못입는다고 생각했다. 팔뚝살이 보이면 안되고, 날씬한 사람들만 입는 옷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 더운 여름이면 민소매를 입고 다닌다. 꼭 날씬해야만 팔뚝을 드러낼 수 있는건 아니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크게 바뀐건, 요즘의 나는 딱 붙는 옷을 자주 입는다. 예전이라면 상상도 못할 옷차림이다. 무조건 큰 사이즈로 나를 가려야만 한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붙는 옷이 덜 부해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딱 붙는 스타일의 옷을 좋아하니 그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입고 다닌다.
이제 나는 옷을 고를 때 '이 옷이 나를 잘 가려줄까?'보다 '이 옷이 내 눈에 예쁘가?'를 먼저 떠올린다. 물론 아직도 때때로 거울 속 내 모습이 낯설고, 자신감이 없을때도 있지만, 예전처럼 나를 숨기려고 하진 않는다.
옷은 더는 나를 가리는 도구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보여주는 방식이 되었다. 나는 더 이상 나를 숨기지 않는다.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나를 꺼내 입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