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춤

by 따뜻한 나라

불안장애와 공황장애를 진단받고, 점점 학교생활이 힘들어지며 휴학을 결심했다. 사실 처음에는 휴학이 조금 망설여지기도 했다. 우리 과의 커리큘럼상 한 학기 휴학을 하면 그다음 과목들이 꼬여서 1년을 쉬어야 하는데, 그 긴 시간을 학교 밖에서 보내도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이었다. 나만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다시 돌아왔을 때 적응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에 맴돌았지만, 그때의 나는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을 만큼 지쳐이었다.


휴학을 하고 나서 처음 며칠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었다. 집에 틀어박혀서 자고 싶은 만큼 자고, 맛있는 걸 먹고, 그저 쉬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불안은 줄어들고 조금씩 마음이 가라앉았다. 누군가를 만나지도 않고, 해야 하는 일도 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도 모르게 숨을 돌리고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쉬다가, 어느 정도 에너지가 생기고 이제는 나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알바를 시작했다. 일주일에 두 번, 하루 4시간씩만 일하는 카페 알바. 너무 오래 일하지도 않고, 많은 사람을 상대하지 않아도 되는 조건이라 그나마 도전해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일을 하며 혹여나 내가 안 하거나, 실수한 건 없을까 하는 불안이 올라올 대도 많았다. 사장님께 감정적으로 혼날 때, 그 말 한마디가 내 마음을 오랫동안 흔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꾸준히 알바를 나갔고, 조금씩 익숙해지며, 내 생활 속에 스며들었다.


그러던 중, 문득 혼자 여행이 가고 싶어졌다. 일상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그래서 일본으로 떠났다. 혼자서.


여행은 처음부터 조금 낯설고 무서웠지만, 동시에 아주 자유로웠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며 일상과는 다른 시간을 보냈다. 관광지를 돌아보기도 하고, 예쁜 곳에 잠시 멈춰 감상하기도 하고, 맛있는 것을 마음껏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혼자서 하는 여행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오히려 혼자니까 편했다.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혼자서 하고 싶은데로 할 수 있었다. 길을 가다가도 예쁜 가게가 보이면 들어가고, 힘들면 쉬었다가 가고, 계획에 없던 곳으로 떠나도 보는 시간을 보냈다. 혼자서 조용한 거리를 걸으며 '내가 많이 괜찮아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했을 일들을, 하나씩 해내고 있었다.


그 여행이 내 휴학 생황에 큰 전환점이었던 것 같다. 여행 이후 나는 여유로워졌고, 새로운 곳에 대한 두려움도 많이 줄었다. 그리고 알바도 훨씬 익숙해지고, 이제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전히 괜찮아진 것은 아니지만, 나는 다시 생활을 시작할 힘을 되찾고 있었다.


그렇게 내 휴학은 끝났다. 처음에는 목적 없이 그저 쉬고 싶은 마음에 휴학을 했지만, 그 쉼 속에서 나는 다시 걸어갈 힘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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