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공황을 진단받고 한동안을 부모님께 이 사실을 숨겼다. 병원비도 내 돈으로 내고, 전화를 할 때에도 별일 없다며 항상 넘겼다. 하지만 상황이 점점 나빠지며 학교생활과 일상생활이 힘들어지기 시작했고, 고민 끝에 휴학을 결정했다. 우리 부모님은 휴학이든 뭐든 내 결정이라면 별 반대가 없는 분 들 이어서 휴학을 말하는 것은 힘들지 않았지만, 불안과 공황에 대해 말하기는 망설여졌다. 괜히 부모님에게 걱정만 끼쳐드리고 혹여나 나의 병이 본인의 탓이라고 생각하시면 어쩌나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혼자만 감당할 수 없는 지점에 다다랐다는 것을 인정하고 부모님께도 말씀드렸다.
본가에 내려가던 날, 함께 집으로 가던 길에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저 휴학하려고요." 부모님은 바로 "그래, 근데 왜?"라고 물으셨다. 그 물음에 바로 답하지 못하고 조금의 침묵이 지난 뒤, 대답했다. "요즘 너무 힘들고, 학교생활이 좀 어려웠어요. 사실... 불안장애랑 공황장애 진단도 받았어요." 차분하고 담담하게 말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부모님이 뭐라고 말하실까, 혹여나 실망하실까 봐, 걱정하실까 봐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다행히 부모님은 크게 놀라지 않고 담담하게 내 이야기를 받아들이셨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때 일부러 더 아무렇지 않은 척하셨다고 했다. 혹여나 내가 더 당황하고 이야기하기 힘들어할까 봐. 그날, 부모님은 조용히 내 이야기를 다 듣고는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그래. 힘들면 쉬어도 돼. 걱정하지 마."
그날 이후 부모님은 예전과 다름없이 나를 대해주셨다. 특별히 더 조심하지도, 지나치게 걱정하지도 않으시며 평소처럼 대해주셨다. 그러면서도 병원 진료나 약의 변화에 대해 물어보시고, 너무 힘들면 쉬어도 괜찮다고 항상 말씀해 주셨다.
우리 부모님은 항상 나를 믿어주시고, 내 결정을 존중해 주시는 분들이지만 뭔가 나의 정신병에 대해서도 다 인정하고 이해해 주실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조금 있었던 것 같다. 불안장애, 공황장애라는 말은 여전히 낯설고, 때로는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것'쯤으로 치부되기도 하니까. 아무리 나를 믿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라 해도, 내가 겪는 이 설명하기 어려운 고통을 이해해 주실을 있을까, 나도 헷갈렸다. 하지만 부모님은 '이해해야겠다'는 태도를 보여주셨다. 모든 걸 완전히 아는 건 아니라도, 그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믿어주고, 반응을 조심스럽게 내게 맞춰주려 애써주셨다. 그게 너무 고마웠다. 내가 설명하지 않아도, 굳이 증명하지 않다고, 그냥 나이기에 믿어주는 태도.
그 이후 나는 조금씩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불안을 느낄 때의 감각, 약을 바꾸며 생긴 변화, 상당에서 나눈 이야기와 그 이후 나의 변화. 이제는 나 혼자 이 불안을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에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부모님이라는 안전한 울타리가 생겨, 불안과 공황 한가운데에서도 예전보다 버틸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