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서 이루는 길 (23)

7-3(2). 7-4. 7-5.

by 산바람

7-3(2).


나는 친구들이 많아요. 장수풍뎅이를 기르는 한울이도 좋아하고요, 새우를 기르는 보람이도 좋아해요. 백금나비잉어를 기르는 내 단짝 라미도 좋아하는데 라미는 대단해요. 백금나비잉어는 몸이 세모모양이라고 말하면서 여러 가지 잉어들의 어려운 이름을 척척 말해요. 며칠 전에 전학을 온 새온이도 좋아해요. 내가 새온이와 바로 친해진 것은 바로 동물 때문이에요. 새온이는 길고양이를 데려다가 키운대요. 처음에는 부모님이 말렸지만 끈질기게 부탁을 해서 기르게 되었대요. 그런 새온이의 마음에서 내가 얼마 전에 소라게들 때문에 괴로워했던 것들이 풀렸어요. 목숨을 함부로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귀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사람들만을 위해서 길모퉁이의 오동나무가 베어져버린 일, 소라게와 장미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조금은 달래졌어요. 사람만을 위해 동물이나 식물을 기는 것이 아니라, 동물들을 위해서 사람이 기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어쨌든 동물이 좋은 것인지 친구가 좋은 것인지 저도 헷갈릴 때가 있어요. 친구들은 내가 남자 친구의 집에 놀러가는 것을 아주 별나다고 생각해요. 나는 그 친구네가 기르는데 동물에게 마음이 끌릴 뿐이에요. 또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남자 친구들이 그렇게 짓궂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거든요. 착하고 따뜻하며 어진 마음을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 참 좋아요.

쉬는 시간에 내 둘레에는 강아지, 고양이, 소라게, 잉어, 새우, 햄스터, 토끼 이야기로 가득해요. 내가 그 친구에게 동물들에 대해 묻거든요.

“강아지는 사람이 시키는 것을 빨리 배워. 세상에 나쁜 개는 없어. 다 주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강아지의 성질이나 행동이 달라져.”

“고양이 혀는 가시 같은 것이 나 있어서 손을 핥을 때 까실까실 해. 발톱을 숨기고 있다가 발톱을 갉는 긁는 판(스크래처)에 신나게 갈아. 할퀼 수 있으니까 발톱을 깎아주어야 해.”

“잉어는 지느러미가 멋지고 아름답게 움직여. 새우는 발발거리면서 물속을 미끄러지듯 다녀.”

“햄스터는 늘 해바라기 씨를 양 볼에 가득 담아 나른 다음 숨겨놓는 욕심쟁이야.”

“토끼는 눈이 빨간 것도 있지만 검은 색도 있어. 웃기는 것은 부지런히 움직이다가도 갑자기 꼼짝도 하지 않고 잠이 들어버려.”

나도 한 마디 하지요.

“소라게는 겁쟁이라서 껍질이 작아지면 밤에 몰래 껍데기를 벗고 큰 것으로 바꿔.”

참 재미있지 않아요. 나는 친구들이 기르고 있는 동물들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두 마음에 잘 담아두고 있어요.

나는 동물을 기르는 것이 참 좋아요. 내가 기르는 것은 소라게, 미꾸라지, 물달팽이에요. 소라게는 동생이 사온 것이고, 미꾸라지는 어머니를 따라 재래시장에 갔다가 빨간 플라스틱 통에서 뛰쳐나온 것을 3마리 얻은 거예요. 그리고 물달팽이는 어항의 이끼를 없애려고 친구에게 2마리를 얻었어요. 시간이 날 때마다 들여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미꾸라지는 바닥을 훑으면서 먹이를 찾는다고 해요. 그런데 내가 기르는 미꾸라지는 먹이를 주면 물 위에 떠 있는 것을 빨아들이듯이 먹어요. 물 위와 나란하게 배를 보이게 누워서 먹이를 먹어요. 어머니께서는 어항에 정신을 팔아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걱정을 하시면서도 정이 많다고도 힘을 북돋아 주시기도 하셔요.

난 이다음에 내가 무엇을 할지 생각났어요.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이에요. 바로 사라져가는 동물을 돌보고 지키는 일이에요. 사람이 사람들을 위해서 동물과 식물을 마구 헤치면서 살아가잖아요. 사라져가는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에서 일을 할 수 있어요. 동물들이 살 수 있으려면 자연이 튼튼하게 지켜져야 해요. 그러고 보니 할 일이 참 많네요. 지금부터 미리 할 일을 챙기고 차근차근 해나가야겠어요. 지금부터 내가 꼼꼼하게 다져야 할 일들을 적어 보았어요.


7-4. 내 꿈을 이루도록 다짐했어요


1. 몸을 튼튼히 할 거예요. 아프면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잖아요. 줄넘기를 매일 천 번씩 하고 음식도 골고루 먹고 깨끗이 씻을 거예요.

2. 배우는 것을 부지런히 할 거예요. 나는 책읽기도 좋아하고 묻고 따지고 풀기는 잘 하지만 공부를 잘 하는 것은 아니에요. 부모님께서는 공부를 잘 하는 것보다 필요하다고 여기면 그 때 공부하는 일머리를 알고 그것에 풍덩 빠질 수 있으면 된다고 하셔요. 그 말이 아직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나의 바람을 이루기 위해 도움이 되는 책도 더 많이 읽고 부지런히 배울 거예요. 배우는 것은 내 몸과 마음에 잘 배어들도록 한다는 것이에요. 내가 부지런히 익히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좋은 것을 가르쳐주더라도 내게 배어들어 내 것이 되지 못해요.

3.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낼 거예요. 좋은 사이를 만들어야 배움터에 다니는 것이 즐겁고 행복해요.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버릇은 좋은 것이에요. 이다음에 내가 하는 일에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도움을 줄 수 있잖아요. 그리고 그 친구들이 내가 하는 일에 대해 함께 힘을 주고받으면서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갈 거예요.

4. 사라져가는 동물에 대한 자료를 모을 거예요. 여러 가지 알려진 것들을 모으면서 내 생각도 쓸 거예요. 책, 백과사전, 잡지, 뉴스, 신문, 인터넷 따위에서 사라져가는 동물에 대한 것이라면 모두 모아 잘 정리해 둘 거예요.

5. 나는 다른 사람을 위해 내가 지닌 것을 베풀며 살 거예요. 튼튼한 몸, 따뜻한 마음, 모든 것들이 저답게 살 수 있도록 알아주고, 봐주고, 도와줄 거예요. 내게 가까운 사람들을 챙길 수 있을 만큼 잘 챙기는 것도 나에게는 귀한 것이에요. 동물이나 식물 그리고 자연을 돕는 일도 중요하지만 내가 도울 수 있으면 사람을 돕는 것이 먼저예요.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렇지만 산불이 났다는 뉴스를 들으면 사람이 죽었다는 것만큼 안타까워요.

6. 나는 동물을 위하는 일을 널리 알리는 일을 할 거예요. 나는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 되면 나와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을 모으고, 사라져가는 동물들에 대하여 알리고, 필요한 돈을 모을 거예요. 그 돈으로 길에 버려진 동물들을 구하는데도 쓰고 싶어요. 그러려면 정말 계획을 잘 짜야 할 거예요. 아직은 힘이 부족하지만 꾸준히 애쓸 거예요.


7-5. 나는 무엇을 살릴 수 있을까요

내가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다른 것들이 그들이 그들답게 살도록 해야 해요. 내가 사는 것은 다른 것들이 나를 살렸기 때문이에요. 내가 살려면 다른 것이 살도록 해야 해요. 그래야 또 내가 살 수 있잖아요. 그래서 ‘사람은 살림을 산다.’라는 말을 하나 봐요. 사람은 사람으로서 다른 것들을 살리면서 살아가는 일을 해야 해요.


공기가 없으면 나는 살 수 없어요. 공기가 나를 살도록 하고 있어요. 공기를 더럽히면 나는 살 수 없어요. 부모님 덕분에 나는 살 수 있는 거예요. 부모님이 나를 살도록 해 주세요. 부모님이 계시지 않으면 나는 살기 힘들어져요. 부모님을 힘닿는 대로 도와드려야 해요. 나도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살도록 도와야 하지 않을까요? 어떤 구실을 해야 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내가 한 생각 가운데 정말 멋진 생각 아닌가요? 나는 너무나 기뻤어요. 어떻게 내가 이런 생각을 스스로 해낼 수 있을까요?


그날 밤, 문득 잠이 깼어요. 따뜻하라고 소라게 집에 전등을 켜두는데 깜박 잊고 끄지 않았어요. 얼른 일어나서 끄려다 보니 껍데기 밖으로 나온 소라게 한 마리가 돌 뒤로 급하게 숨는 것이 보였어요. 나는 얼른 불을 꺼주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어요. 소라게는 내가 엄청 무서웠을 거예요. 더욱이 껍데기도 없이 무서운 것을 만났으니 ‘나 살려라!’고 쫓겨 달아난 것이지요. 그 모습을 보고 어둠을 좋아하는 소라게를 위해 불을 꺼주고 그 자리를 떠나준 거지요. 소라게를 살리려는 마음으로 한 짓으로 소라게는 살게 된 셈이지요. 내가 내내 지켜보고 있었으면 나를 피하다가 어딘가에 부딪혀서 다칠 수도 있었을 거예요. 어떻게 하나 보고 싶어도 참은 것은 잘 한 일이에요. 그러고 보니 ‘살다-살리다’라는 말이 마음에 차올랐어요. 그것 때문에 ‘죽다-죽이다’라는 말도 엄청난 말이라는 것을 어렴풋하게 알게 되었어요. 한 쪽에서 아무리 살려고 해도 다른 쪽에서 사는 힘을 주지 않으면 살 수 없어요. 한 쪽에서 아무리 죽으려고 해도 다른 쪽에서 죽이는 힘을 주지 않으면 죽을 수 없어요.

난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로 세상을 도울 거예요. 나는 동물들의 마음을 잘 알아 줄 수 있어요. 나는 동물들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을 봐줄 수 없어요. 나는 동물들이 동물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줄 거예요. 누군가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도록 도울 거예요. 누군가는 식물들이 식물답게 살도록 도울 거예요. 또 누군가는 바람이나 물이나 땅이 저답게 구실하도록 도울 거예요. 이 모든 것이 어울려 아름다워지고 아름다운 세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요.


맞아요. 나는 사람이니까 사람답게 살아야 해요. 내가 사람답게 살아내기 위해서는 남을 알아주고 봐주고 도와주는 마음을 가져야 해요. 꼭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 식물, 모든 것들에게 알아주고 봐주고 도와주는 마음을 내면서 살아야 해요. 나는 자연이 내서 부모님이 낳아주셔서 나인 사람이에요. 나는 다른 것들이 내고 낳아서 나이도록 한 것이에요. 또한 나는 다른 것들을 내고 낳아서 나이도록 하는 것이에요. 나는 나를 나이도록 하면서 남을 나이도록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 이제 철이 들었으니 나는 사람으로서 모든 것을 살도록 도우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것을 알아요. 내가 살아있는 것은 어떤 것들이 나를 살렸기 때문이라는 글귀를 잊을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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