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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깨가루 Apr 11. 2024

중간고사를 잘 보고 싶(었)어요 (1편)

바야흐로 중간고사 시즌이다. 대한민국 고등학생이라면 한 학기 동안 총 2개의 큰 시험을 치른다. 하나는 중간고사, 하나는 기말고사이다. 여기에 수행평가를 더해 최종 교과 성적이 산출된다. 교과 성적은 대입 관련 여러 전형에 사용되는데, 특히 학생부교과전형에서 큰 비중으로 반영된다. 학생부교과전형은 교과 성적에 따라 합격 여부가 결정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수시에 합격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교과 성적을 잘 받을 필요가 있다. (학교에 따라 수능 최저를 요구하기도 한다)


중간고사를 어떻게 하면 잘 칠 수 있을까? 중간고사를 잘 치기 위해서는 우선 학교 내신 시험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학교 내신 시험의 가장 큰 특징은 ① 주어진 자료에서 출제된다는 점, ② 적은 인원수의 등급 변별을 해야 된다는 점이다. 이는 수능과 비교를 하면 명확하게 드러난다.


수업 시간에 교사는 교수 자료를 바탕으로 특정 개념을 이해시키고 학생들의 지식을 확장하며, 사고를 전수한다. 그런데 내신 시험은 교사가 사용한 자료를 바탕으로 시험이 출제된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이는 교사가 사용한 자료 외에서 출제를 하면 시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는 억지스러운(?) 민원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가령, 국어 시간에 역설법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개념을 설명하고, A라는 자료를 활용했다고 치자. 그러면 시험에서는 A라는 자료를 통해서만 역설법 개념을 확인하는 것이다. 사실 역설법의 개념을 가르친 것이기 때문에, 이를 다른 자료 B, C, D를 통해 평가하더라도 시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수학에서는 활용한 문제의 숫자만 바꿔서 낸다든지, 사회에서는 수업에서 사용한 자료만을 통해 출제를 한다는지 하는 등의 방식으로 민원 스트레스를 피해 가려는 경향이 있다. 수능에서는 자료를 확장하여 다양한 개념과 사고력을 평가하더라도 이에 대한 민원 제기를 하지 않는데, 유독 내신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한 것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대부분의 학교에서 50~100명 내외의 적은 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등급 산출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1등급은 4%, 2등급은 7% 등의 비율로 이루어지고, 등급 변별을 해야 되는 상황에서 교사는 시험 문제를 지엽적으로 내게 된다. 상대적으로 수능이 핵심 개념과 사고력 위주로 출제가 이루어지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그렇다면 학생 입장에서는 준비를 어떻게 해야 될까? 결과적으로 교사가 제시한 자료에서 출제가 이루어지고, 지엽적으로 출제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출제 범위에 대하여 세세하게 이해하고 암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능하다면 많은 교과를 준비해야 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암기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해와 암기는 무엇일까? 이해는 내용을 이치에 맞게 잘 받아들이는 것을, 암기는 까먹지 않고 다시 재생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개념에 대한 이해를 잘했다는 것은 개념의 중요한 속성, 그리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개념을 구체화했다는 것이며, 다양한 문제 상황을 개념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암기를 잘했다는 것은 이렇게 이해한 내용들을 머릿속에 잘 입력하고, 다시 밖으로 인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해와 암기를 잘할 수 있을까?


먼저 수업 시간에 수업을 잘 듣는 것이 필요하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많은 학생들이 이 시간을 낭비하여 다시 공부를 해야 되는 비효율을 발생시킨다. 교사는 수업설계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수업을 준비하는데, 그중에 핵심적인 것은 개념을 결정적 속성과 사례를 통해 충분히 설명하고, 문제를 통해 연습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용을 체계적으로 조직하여 학생들에게 전달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수업에 대한 적극적 참여를 통해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려고 노력하여야 한다. 그리고 교사가 제시하는 내용의 논리적 순서를 곱씹어보면서 체계적으로 머릿속으로 입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간혹 교사에 대한 전문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전공에 대한 충분한 공부를 하였고 임용시험을 통과한 교사의 전문성을 과소평가할 이유는 없다.)


다음으로 복습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업을 잘 들어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였고, 머릿속으로 내용들을 입력하였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학습한 내용은 잊힌다. 누구나 그렇다. 그래서 다시 공부하여야 한다. 이때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되는 것은 배운 내용을 인출하는 연습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앞서 입력을 잘하면 인출도 잘 된다고 서술하였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시험을 준비하는 입장이다. 학습한 내용을 인출해서 시험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렇다면 인출이 잘 되도록 입력을 해야 된다. 입력은 어떻게 해야 될까?


우선 개념을 애초에 받아들일 때 풍부한 사례와 문제를 통해 머릿속에 정착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개념의 결정적이고 중요한 속성을 받아들여야 하고, 다른 사례와 비교도 하고 적합한 사례를 생각해보기도 하며, 문제를 통해 개념을 확인해 보기도 해야 한다. 이는 개념에 내러티브(이를 테면 스토리)를 부여하기 때문에 더 기억이 오래가고, 떠올리기도 쉽다. 이를 맥락화 전략이라고 한다. 교사는 이에 주안점을 두고 수업을 진행한다. 우리가 복습할 때도 마찬가지로 이 전략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친숙한 사례와 문제를 통해 개념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개념을 체계적으로 조직해야 한다. 우리가 배우는 교과는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념 간에는 논리적인 체계 혹은 분류가 있다. 이를 잘 유형화하여 정리하면 나름의 순서가 짜이게 된다. 이를 조직화 전략이라고 한다. 조직된 개념 체계는 이유 있는 논리와 순서로 짜이기 때문에 입력과 인출에 효과적이다. 교사가 제시하는 개념 조직을 그대로 이용해도 되고, 이를 자신에게 맞게 재조직해도 상관없다.


이러한 개념 조직을 학습에 다시 이용할 수 있는데, 개념 조직을 기본으로 하여 추가적인 내용을 덧붙이는 것이다. 세부적인 내용, 사례, 관련되어 출제될 가능성이 있는 부분들을 하나씩 추가하는 것이다. 비유컨대 뼈대를 만들고 거기에 살을 붙이는 것이다. 이를 정교화 전략이라고 한다. 정교화 전략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암기를 하는데 내용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일단 중요한 핵심 개념부터 조직하여 외우고, 이와 연결 지어 세부적이고 추가적인 내용을 덧붙여 이해하고 외우는 것이다. 알고 있는 내용에 덧붙여서 이해하고 외운다는 점에서 입력과 인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내신 시험은 지엽적으로 나온다는 점에서 이렇게 정교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이미지를 이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마인드맵, 형광펜을 활용한 밑줄, 그림자료, 표 등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머릿속으로 입력하는 것이다. 이를 심상화 전략이라고 한다. 언어 자료와 그림 자료가 함께 합쳐져서 머릿속으로 입력되면 인출이 더 잘되는 경향이 있다.


마지막으로 이를 반복하여 연습하는 것이다. 반복을 해야 암기된 내용이 지속성을 갖는다. 반복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잊게 된다. 인출을 연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빈칸을 활용하는 방법, 백지인출, 주제 뽑기 등이 있다. 핵심은 내가 외웠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빈칸을 활용하는 방법은 처음 외울 때 사용하기 좋다. 내가 외워야 되는 내용을 준비하고, 한 부를 복사한다. 그리고 복사 용지에서 내가 외워야 할 핵심 개념, 용어를 화이트로 지운다. 그리고 옆에 원본을 두고 외운 다음, 빈칸이 있는 종이를 원본 없이 암송할 때까지 외우는 것이다. 백지인출은 어느 정도 핵심 개념이 외워진 상태에서 구체적이고 지엽적으로 암기할 때 좋은 전략이다. 내가 외워야 되는 내용을 옆에 두고, 백지를 꺼내 그대로 적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림 자료, 표가 있다면 같이 백지에 인출해 보도록 하자. 훨씬 더 인출이 잘 될 것이다. 끝으로 주제 뽑기를 활용할 수 있다. 이는 혼자 하는 게 지루할 때 친구랑 같이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주제를 선별하여 종이에 적은 다음 종이컵에 넣는다. 그리고 친구랑 번갈아 가면서 하나씩 뽑아서 나오는 주제에 대해 내가 아는 만큼 설명하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우리는 앞서 조직화 전략과 전교화 전략을 배웠다. 원본을 그대로 외우는 것이 아니고 조직화와 정교화한 상태에서 그걸 인출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입력이 잘 되어야 인출이 잘 된다.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하였지만, 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반복적으로 학습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공부하기를 참 싫어한다. 공부를 지속적으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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