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데이즈>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무언가를 계속해서 찾고 있었다.
마지막 장면에서야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영화에는 도파민을 터지게 하는 요소가 없다. 끝날 때까지 잔잔하다. 서사도 반전도 없다. 그냥 매일을 평범하게 살아가는 아저씨의 이야기다. 그는 족히 50대는 되어 보인다.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해서 화장실 청소를 하고, 같은 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또 화장실 청소를 하고 퇴근한 뒤에는 여유를 즐긴다. 요즘 말로 느좋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저씨는 에세이를 읽고, 카세트테이프를 듣고, 식물을 키운다. 자주 가는 식당과 바의 사장과 친하고, 늘 먹던 것만 먹는다. 무엇보다 그는 늘 혼자다. 말도 없다. 조카와 함께하는 순간을 제외하고는 주변 인물들보다 말이 적다. 대사보다 숨소리가 더 많을 정도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에게 정이 가고,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분명 서사가 있는데 그래서 '무언가'를 찾고 기다렸는데 감독은 끝까지 알려주지 않는다. 동생과의 만남에서 흘리는 뜨거운 눈물, 매일 밤 꿈으로 지나가는 흑백 장면들. 아저씨에게는 어떤 과거가 있을까? 감히 추측해 보자면 그의 과거는 후회스러운 장면이다. 정확히 '무언가'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와 관련된 속상한 이야기가 있다. '무언가'는 아저씨에게 삶의 전환점이 되었다. 이후 그는 매일 화장실 청소를 하며, 과거의 후회를 깨끗하게 지운다. 남는 시간에는 고요하고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그의 하루하루와 함께 쌓인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표출되는 장면이 영화의 마지막이다.
솔직히 몇 번을 끊어서 봤는지 모르겠다. 자극적이지 않아서다. 다음 장면이 크게 궁금하지 않다. 이대로 흘러가다 끝날 것 같다. 그래서 여러 차례 나누어 보다가 이제야 크레딧을 마주했다. 영화를 보다가 자꾸만 창을 내려놓고, 인스타에 들어가는 나였다. 그렇게 중반부를 넘어서고 나서야 끝이 보고 싶어졌다. 도대체 어떻게 끝날 것인가? '무언가'는 무엇인가? 결국 나오지 않았지만 말이다. 숏폼에 절여진 청년이라면 누구나 이 영화를 한 번에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끊어서 볼지언정 끝까지 보기를 추천한다. 분명 나와 같은 것을 기다리다가, 같은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의 복잡하고 빠른 삶 속에서, 진정한 행복은 소소하고 조용한 순간에서 온다. 짜릿함보다는 안도감에, 특별함보단 일상적임에 더 가깝다. 아무 탈 없이 일할 수 있어서, 희망은 없어도 절망도 없이 내일을 또 살 수 있어서 행복할 수 있는 게 지금의 내 삶이다. 기쁜 일이 없는 하루가 아니라 나쁜 일이 없는 하루니까. 아무 일 없이 지나간 이 조용한 하루들은 우리 인생의 공백이 아닌 여백이니까.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라는 책의 일부다. 책의 내용은 영화의 메시지와 귀결된다. 고요하고 평범한 아저씨의 하루를 완벽하다고 칭할 수 있는 이유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도파민이 없어도, 특별하지 않아도, 살아낸 것만으로 우리의 오늘은 완벽하다. 이것을 시인하면 지금 이 순간에 대한 행복과 감사가 피어난다.
<퍼펙트 데이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