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록>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계시록은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다.
종교적 요소를 차용하지만, 영화가 겨냥하는 것은 인간의 심리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믿으려 하는가?
영화의 서사는 단순하다. 대단한 반전도, 치밀한 개연성도 없다. 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상징들은 강렬하다. 예수의 형상, 외눈박이 괴물,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종교적 이미지에 집중해 보자.
성민찬 목사는 자신이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믿으며, 세상을 구원하려 한다. 영화는 이러한 믿음이 진정한 구원의 길인지, 아니면 맹목적인 신념이 만들어낸 환상인지 묻는다. 특히 성민찬이 신의 뜻이라며 행하는 행동들은 기독교적 구원의 메시지와 광신적 믿음 사이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신앙이란 무엇인가? 신의 뜻을 따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외눈박이는 왜곡된 인식과 편향된 믿음을 상징한다. 인간은 어떤 사건을 바라볼 때 한 가지 시각에 갇혀 전체를 보지 못하고, 편의적으로 원인을 해석한다. 권양래는 자신이 저지른 범죄가 괴물의 조종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그 괴물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외눈박이 괴물은 실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트라우마가 만들어낸 환상이다. 권양래에게 외눈박이 괴물은 자신이 저지른 일의 책임을 돌릴 대상이며, 현실을 견디기 위한 심리적 도피처다. 영화는 이를 통해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공포에 얼마나 쉽게 지배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영화는 동일한 비극적 사건에 대해 각 인물이 다른 원인을 찾는 모습을 그린다. 성민찬은 이를 신의 계시로, 권양래는 외눈박이 괴물로, 이연희는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들인다.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하는 인간의 모습이다. 인간은 복합적인 이유들 중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선택한다. 영화 속 정신과 전문의의 대사는 이러한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며, 비극의 원인은 단순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성민찬 목사는 일련의 사건을 신의 계시로 해석하는 광신자다. 그러나 이는 인간이 무작위한 패턴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 하는 심리적 현상, 즉 아포페니아를 나타낸다. 우리는 일상에서 우연을 운명으로 읽어내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질서를 찾고자 한다. 영화는 이러한 인간의 본능을 기독교적 장치와 결합하여 아포페니아를 설명한다. 성경 구절, 예언, 종교적 의식 등과 같은 요소는 신앙의 근거가 되기도 하지만, 무작위한 사건들에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고, 확신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모르죠. 또 계시를 주시겠죠.
우리는 하나님의 명을 따르는 그분의 종이니까요.
<계시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