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클라베>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밀실 속 서사와 그 위에 얹어지는 음악이 마지막까지 굳센 서스펜스를 조성한다.
유독 음악이 좋았다. 밀실 속에서 펼쳐지는 투표의 긴장감을 유지, 강화하고, 때론 풀어주기도 했다. 현악기 위주로 구성된 음악은 점잖고 무게감 있으면서도 요동치는 분위기를 만든다. 물론 서사도 좋았다. 유력 후보들의 루머는 상당한 관계성을 띄고 있다. 그러한 관계들이 단계 별로 정리되며 교황 선출에 다가간다. 관계성은 복잡하지만, 단계가 명확히 나뉘어 있어 몰입에 어려움이 없다. 후보들이 한 명씩 지워지는 과정을 관객은 누구보다 깊고 근접하게 경험한다. 마치 함께 밀실에 갇힌 것처럼. 자신도 투표권을 지닌 것처럼. 그러니 시간이 빠르게 갈 수밖에 없다. 영화는 벌써 끝난다.
음악으로 고조되며 요동치는 장면이 있는가 하면 추기경의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고요한 장면도 많다. 특히 로렌스 추기경의 숨소리는 매우 가깝다. 듣고 있으면 마치 내가 밀실에 갇힌 느낌이 든다. 유력 후보들의 루머를 접하고 고뇌하는 관리자가 된다. 본인의 지지 표를 만류하면서도 끝내 스스로의 이름을 투표지에 적어보는 로렌스 추기경이 된다. 원칙을 중시하지만, 원칙을 깰 수밖에 없는 관리자가 된다. 그만큼 깊게 몰입하게 된다는 말이다. 의도했건 아니건 숨소리의 효과는 좋았다. 잠들기 전 주변이 너무 고요하면 시계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고, 우리가 느끼는 적막은 강화된다. 영화에서도 숨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정치판과 다를 바 없다. 승리하기 위해, 쟁취하기 위해 스스로를 높이기 보다 남을 낮춘다. 유력 후보의 흠을 찾아 밝히고, 그 후보는 힘을 잃는다. 전형적인 정치판이 천주교 세계관 속에서 펼쳐진다. 흔히 말하는 정치질과 교황 선출이라는 소재의 배합이 흥미롭다.
베니테스가 교황이 된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다. 베니테스는 남성과 여성의 성질을 모두 가지는 간성이었다. 남성만이 성직자가 될 수 있는 천주교에서 베니테스가 교황이 되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결말이다. 이러한 결말을 통해 감독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일까? 로렌스 추기경의 설교 중 확실성은 통합의 적이라는 말에 집중해 보자. 우리는 여기서 확실성과 젠더를 연결할 수 있다. 젠더 이분법은 모든 상황을 남성과 여성으로 확실하게 나누어 규정한다. 콘클라베 중에도 남성의 역할과 여성의 역할은 명확하게 구분된다. 바로 이것이 통합의 적이라는 것이다. 메시지는 영화가 진행되면서 은은하게 전달된다. 그리고 베니테스가 교황이 되는 순간,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는 우리가 얼마나 젠더를 이분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드러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감독은 기존의 확실성을 깨뜨리면서, 가장 포용적인 통합으로 가는 길을 제시한다.
<콘클라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