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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여백 3집 11화

맨 인 더 다크, 자 이제 누가 술래지?

영화 <맨 인 더 다크> 리뷰

by 그린
기본 정보

장르 공포, 스릴러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88분

감독 페데 알바레즈

출연 제인 레비, 딜런 미네트. 스티븐 랭

시놉시스

10대 빈집털이범 록키, 알렉스, 머니는 밑바닥 삶을 청산하기 위해 눈 먼 노인을 겨냥한 마지막 한 탕을 준비한다. 노인이 잠 든 사이 거액의 현금을 쟁취하려던 순간 마침내 그가 깨어나게 되고, 이들의 치밀한 계획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전 속에서 모두 역전되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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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요약

디트로이트의 슬럼가에 사는 로키, 알렉스, 머니는 부유한 집을 골라 털며 도심 탈출을 꿈꾼다. 어느 날, 퇴역 군인이자 맹인인 노인의 집에 거액의 합의금이 숨겨져 있다는 소문을 듣고 마지막 범행을 계획한다. 그러나 그 집은 단순한 노인의 집이 아니었다. 노인은 시력을 잃었지만 전쟁을 통해 단련된 살인 병기였고, 침입자들을 감지하고 사냥하는 데 탁월했다. 머니는 집 안에서 사망하고, 로키와 알렉스는 지하에서 감금된 한 여성을 발견한다. 알고 보니 그녀는 노인의 딸을 죽인 교통사고 가해자이며, 노인은 법이 해주지 못한 정의를 위해 그녀를 감금한 것이었다. 그러나 여자는 사망하고, 노인은 로키를 대신한 출산 도구로 삼으려 한다. 결국 로키는 알렉스의 희생으로 탈출에 성공하고, 공항에서 도망치는 모습으로 영화는 끝맺는다. 하지만 뉴스에서는 노인이 침입자의 공격을 받고도 살아남았다는 보도가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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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포인트

숨죽이며 보게 된다

대사보다 침묵이 긴장감을 조성하는 영화. 숨을 참지 않으면 안 되는 압박감 속에서 관객은 인물과 동일한 공포를 체험하게 된다. 침묵이야말로 영화의 가장 강력한 공포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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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 스릴러

시각장애인 노인의 능력이 공포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보지 못하지만 들을 수 있다’는 설정은 기존의 호러 문법을 전복시키며, 소리 하나하나가 생존과 직결되는 극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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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하라

핵심은 침입 후 탈출이다. 관객은 도둑들에게 감정 이입하게 되고, 그들이 오히려 생존자가 되는 역전 구조에서 새로운 서스펜스를 경험한다. 침입 스릴러 장르의 전형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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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포인트

비틀린 복수극

노인은 딸을 죽인 여성에게 법적으로 아무런 처벌이 내려지지 않은 데서 깊은 분노를 품고, 이를 ‘정의’로 포장한 사적 복수로 풀어낸다. 하지만 그의 방식은 납치, 감금, 강제 임신이라는 잔혹하고 반인륜적인 행위로 이어지며, 결국 ‘정의’는 철저히 왜곡된다. 그의 복수는 ‘딸의 죽음 → 대리출산 → 출산 후 해방’이라는 비정상적인 질서로 구성되며, 이는 법의 공백에서 태어난 극단적 폭력의 얼굴이다. 그는 자신이 괴물이 아니라 ‘균형을 맞추는 사람’이라 주장하지만, 그 정의는 오직 자기 감정의 위안을 위해서만 존재한다. 영화는 “정의란 누구의 것인가?"를 묻는다. 눈먼 자가 자신의 기준으로 선악을 판단하는 그 순간, 정의는 사라지고 오직 통제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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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의 아이러니

일반적인 공포영화에서 어둠은 약자의 공간이며, 빛은 구원의 상징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 공식을 완전히 뒤집는다. 노인은 시각장애를 지녔지만, 익숙한 어둠 속에서는 절대적 우위를 점한다. 반면, 침입자들은 시야를 빼앗기자마자 방향을 잃고 무력해진다. 이는 ‘보는 자가 강하다’는 통념에 대한 전복이자, 우리가 생각하는 감각의 위계가 얼마나 허약한지 보여준다. 어둠 속에서도 자신만의 규칙을 세운 자가 있고, 빛 속에 있더라도 길을 잃는 자가 있다. 영화는 “무엇이 진짜 강자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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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아이러니

‘집’은 더 이상 휴식과 보호의 공간이 아니다. 맹인의 집은 완벽한 감금 구조로 설계되어 있으며, 창문은 모두 봉쇄돼 있고, 문마다 이중 자물쇠와 감지 장치가 설치돼 있다. 이 집은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한 공간이자, 동시에 누군가를 가두기 위한 구조물이다. 이 공간의 아이러니는, 시각장애인이 거주하는 ‘집’이 감시와 통제의 기능을 극대화한 장소가 된다는 데 있다. 맹인은 보지 못하지만, 대신 소리와 구조의 익숙함을 통해 절대적인 통제권을 확보한다. 이 집은 개인의 심리적 고립, 법으로부터의 이탈, 그리고 타인을 제어하려는 집착이 구체화된 ‘심리의 외부화’다. 공간 자체가 공포의 주체로 기능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통제된 악몽 안에 갇혀 있다는 감각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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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누가 술래지?

<맨 인 더 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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