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당거래> 리뷰
기본 정보
장르 범죄, 드라마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19분
감독 류승완
출연 황정민, 류승범, 유해진, 천호진
시놉시스
온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연쇄 살인 사건. 계속된 검거 실패로 대통령이 직접 사건에 개입하고, 수사 도중 유력한 용의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경찰청은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다. 가짜 범인인 ‘배우’를 만들어 사건을 종결 짓는 것! 이번 사건의 담당으로 지목된 광역수사대 에이스 최철기(황정민). 경찰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에 줄도, 빽도 없던 그는 승진을 보장해 주겠다는 상부의 조건을 받아들이고 사건에 뛰어들게 된다. 그는 스폰서인 해동 장석구(유해진)를 이용해 ‘배우’를 세우고 대국민을 상대로 한 이벤트를 완벽하게 마무리 짓는다. 한편, 부동산 업계의 큰 손 태경 김회장으로부터 스폰을 받는 검사 주양(류승범)은 최철기가 입찰 비리건으로 김회장을 구속시켰다는 사실에 분개해 그의 뒤를 캐기 시작한다. 때마침 자신에게 배정된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을 조사하던 주양은 조사 과정에서 최철기와 장석구 사이에 거래가 있었음을 알아차리고, 최철기에게 또 다른 거래를 제안하는데.. 각본 쓰는 검사, 연출하는 경찰, 연기하는 스폰서.. 더럽게 엮이고 지독하게 꼬인 그들의 거래가 시작된다!
줄거리 요약
서울 강남에서 발생한 연쇄 살인 사건이 장기화되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급기야 대통령까지 사건 해결을 지시한다. 경찰은 유력 용의자가 사망하자 수사 성과를 위해 배우를 조작해 사건을 종결하려는 무리수를 둔다. 이 중심에는 승진을 노리는 강력계 형사 최철기가 있다. 그는 조직폭력배 해동파의 장석구를 매개로 가짜 범인을 세우고, 사건을 ‘완벽하게’ 마무리한다.
한편, 검사 주양은 자신의 스폰서였던 태경그룹 김회장을 최철기가 구속했다는 사실을 알고 그의 뒤를 캐기 시작한다. 곧 주양은 최철기와 장석구 사이의 거래 정황을 포착하고 협박에 나선다. 이에 맞서 최철기도 주양과 태경그룹 간의 유착 관계를 역으로 이용하며 팽팽히 맞선다.
이후 주양은 최철기의 가족과 주변을 공격해 압박을 가하고, 결국 최철기는 무릎 꿇고 사과하며 그의 편에 선다. 그리고 자신의 약점을 없애기 위해 장석구를 살해하고, 관련된 증거를 없애기 위해 그 부하까지 제거한다. 이 과정에서 동료 형사 대호가 총격으로 사망하고, 최철기는 사건을 조작해 대호에게 죄를 덮어씌운다.
결국 그는 성공적으로 승진하지만, 동료 경찰들은 분노한다. 이들은 최철기의 주변을 조사하던 중 그의 만행을 알게 되고, 최철기를 죽인다. 최철기의 죽음 이후, 주양과 태경 김회장 간의 유착이 폭로되지만 정작 주양은 별다른 타격 없이 살아남는다. 정의는 사라지고, 권력만 남은 냉소적인 결말이다.
결말은 명확한 선악 구도를 허락하지 않는다. 모두가 부패했고, 누구도 진정으로 정의롭지 않았으며,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이조차 자신의 생존을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킨 인물이다. 특히 최철기와 주양의 거래가 초래한 비극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구조적 진실을 은유한다. 정의가 승리하는 해피엔딩이 아닌, “그래서 너는 어떻게 살 건데?”라고 묻는 이 결말은 관객을 날카롭게 찌른다.
영화가 강렬한 이유는, 영화적 상상이 아니라 현실에 발 딛고 있다는 점이다. 스폰서 검사 문제, 경찰의 강압 수사, 정권과 언론의 유착 등 2010년대 초반 한국 사회를 뒤흔든 실화적 모티프들이 촘촘히 엮여 있다. 영화 속 경찰은 사건 해결보다 ‘성과’를 중시하고, 검사는 정의보다 ‘정치’를 앞세운다. 관객은 어느새 자신도 이 구조 안의 하나의 톱니바퀴가 아닐까 자문하게 된다.
가장 인상적인 축은 두 배우의 숨 막히는 대결 구도다. 황정민이 연기한 최철기는 처음에는 선한 의도를 지닌 현장형 경찰처럼 보인다. 그러나 승진과 조직 논리에 무너진 그는 점점 비열한 선택을 반복하게 된다. 반면 류승범이 연기한 주양 검사는 겉보기엔 냉정한 엘리트지만, 자신의 야망을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되는 인물이다. 두 사람 모두 ‘정의’라는 이름 아래, 누가 더 추악해질 수 있는가를 시험당하는 존재로 그려지며, 그 충돌의 순간순간이 보는 이의 숨을 멎게 만든다.
류승범이 연기한 주양은 그 어떤 검사 캐릭터보다 강렬했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라는 대사는 유행어를 넘어, 이 영화 전체의 메시지를 대변한다. 주양은 정의를 외치는 동시에 그 정의를 가장 먼저 배신하는 인물이었다. 류승범은 이 복합적인 캐릭터를 압도적으로 연기했다. 한국 영화에서 이만큼 치밀하고 독창적인 검사 캐릭터가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주양은 류승범의 연기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캐릭터였고, 동시에 <부당거래>를 시대의 영화로 만든 결정적 축이었다.
모두가 무너졌지만, 끝내 살아남은 건 주양이었다. 경찰은 무너졌고, 최철기는 죽었다. 진실은 은폐되거나 조작됐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주양은 더 높은 권력자들과의 거래를 통해 살아남았다. 기업과 유착하면서도, 그보다 더 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철저히 복무했고, 그 덕분에 어깨 펴고 당당히 설 수 있었다. 연예인 마약 스캔들 하나 터뜨리면 사람들은 모두 잊어버린다는 듯, 진짜 부패는 가려지고, 구조는 유지됐다. 결말은 묻는다. 우리는 어디에 줄을 서야 하는가. 경찰도, 검사도, 언론도, 모두 줄을 잡기 위해 움직이고 줄을 잡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영화는 분명하게 말한다. 우리는 그런 사회 속에서, 오늘도 타협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부당거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