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Private War (2018)
지난번에 "헤밍웨이와 겔혼"을 리뷰할 때, 유명한 전쟁전문기자인 "마사 겔혼"의 활동에 대하여 언급했고, 영화에서도 스페인내전, 스탈린의 북유럽 침공, 중국의 국공내전,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취재하는 "겔혼"을 보여주었습니다만, 비교적 최근에도 역시 그녀에 못지 않은 대단한 전쟁전문기자가 한 명 더 있습니다. 영국 "선데이 타임즈"의 전쟁특파원인 "마리 콜빈"이 그 주인공 입니다. 그녀는 1956년에 태어나서 2012년에 시리아 홈스(Homs)에서 폭격으로 사망할 때까지 주로 중동과 아프리카를 누비며 많은 중요한 취재를 했습니다. 이 영화는 바로 그녀의 이야기 입니다. 감독인 "매튜 하이네만"은 다큐멘터리 전문 감독으로 영화 연출은 많지 않습니다만, 2018년에 발표한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 전문가 답게 리얼리티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살벌한 현장을 가감없이 보여줍니다. 특히 이라크, 시리아, 리비아 등의 민간 학살 현장과 지옥과도 같은 민간인 거주 공간을 현실감 넘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두 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마리 콜빈"의 취재 활동이지만, 더 중요한 주제는 바로 이와 같은 전장의 지옥도를 가장 리얼하게 연출하여 보는 사람이 "마리 콜빈"이 느끼는 분노를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녀는 전쟁터 한가운데에서의 비극을 보면서 이런 말을 합니다.
전쟁을 보게되면 인류의 실패가 느껴진다. 이곳에서 자행되는 공포를 외면하지 말고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려야 한다.
이 신념하나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전장을 총을 든 남자들과 같이 뛰어 다닙니다. 그녀는 초반에 스리랑카의 "타밀" 반군의 지도자와 인터뷰를 하고 현지에서 빠져나오는 와중에 폭탄이 터져 왼쪽눈을 실명합니다. 그리고 이후로 계속 안대를 차고 다닙니다. 영화에는 또한 그녀의 평생의 파트너였던 사진작가 "폴 콘로이"와 같이 생사를 넘나드는 장면도 나오고, 두번의 유산으로 인하여 결혼을 하지 않고, 연애만 했던 이야기도 나옵니다만, 런닝타임의 대부분은 다 허물어져가고 총알이 빗발치고, 폭탄이 터져나가는 전장입니다. 이런 영화는 여배우로서는 정말 찍기 어렵습니다. "헤밍웨이와 겔혼'에서도 "니콜 키드만"이 누빈 전쟁터는 비교적 간략하게 처리했지만, 이 영화에서 "로자먼드 파이크"가 누비는 전쟁터는 실로 무시무시합니다. 그녀의 다양한 영화를 보아왔지만, 이 영화는 데이빗 핀처 감독의 "나를 찾아줘"와 더불어 그녀의 대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처음에는 그 지옥같은 전쟁터를 여자의 몸으로 누비고 다니는 것이 걱정되는 정도로 보게되나, 영화가 진행되면서 어느덧 끊임없이 죽어나가는 아이들을 포함한 민간인들을 보면서 분노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아마도 감독은 단순히 "마리 콜빈"의 취재활동을 조명하는게 목적이 아니라, 우리가 편안히 하루를 보낼 때, 지구의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지옥도를 보여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에 "마리 콜빈"이 몸을 사리지 않고 취재해야 한다고 피하지 않고 있다가 폭격으로 사망하는 장면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참언론인"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고, "역사를 기록하는 직업"은 어떠해야 하는가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참언론인이 거의 남아있지 않고, 기자를 기레기라고 불러야 하는 그런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이 영화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매우 좋은 영화입니다.
영화에서 "마리 콜빈"이 "마사 겔혼"의 저서 "전쟁의 민낯"을 동료에게 소개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마리 콜빈 "이건 살아 숨 쉬는 역사를 기록하는 일이야" "진실만을 찾아내야 해", "이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도하지 못한다면 여긴 놀러 온거나 다름 없는 거야"
마리 콜빈 "전쟁 특파원이란, 항상 본인의 사망을 염두에 둬야 해요. 전쟁터를 돌아다니며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면 간혹 노출되는 위험에 생사를 보호할 여건도 마땅치 않죠. 매일 그런 상황의 연속이에요. 전시를 취재하다보면 막연한 공포나 생사 보존을 생각할 겨를 따위는 없어요. 제가 느꼈던 막연한 공포는 그 모든 취재가 끝나고 찾아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