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n also rises (1926)
몇 년 전에 시공사의 헤밍웨이 선집 5권을 모두 구매해 놓고 "노인과 바다"만 읽고 방치했었다가 얼마전에 무슨 생각인지 "무기여 잘 있거라"를 꺼내어 읽기 시작했고,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거쳐 헤밍웨이가 1928년에 발표한 그의 최초의 장편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까지 완독 했습니다. 적어도 그의 장편 4편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고, 빨려 들어가듯이 읽었습니다. 특히 모든 내용이 공감이 되어 더욱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은 3부로 구성이 되어 있고, 절반 정도는 주인공과 친구들의 파리에서의 이야기이고, 나머지 절반은 그들이 모두 스페인에서 투우시합을 보는 이야기이고, 마지막 몇 페이지는 남녀 주인공이 다시 파리로 돌아가는 이야기 입니다. 이 소설이 발표된 해가 1928년이라는 사실과, 저자가 헤밍웨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읽는다면 그냥 재미있는 남녀 친구들의 이야기로 읽힐 수 있습니다만, 오랜 세월에 걸쳐 구축해온 서구의 위대하다는 문화의 끝이 1차 세계대전을 통한 병사 1천만명의 "학살"이었다는 사실과 그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가 느끼게 되는 좌절감과 불투명한 미래가 반영된 소설이라는 사실을 알게되면 단순히 재미있네라고 말할 수 만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소설에 대하여 당시 파리에 거주하던 "거트루드 슈타인"은 "당신들은 모두 길 잃은 세대이다"라고 책 말머리에 쓰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마지막 351페이지까지 등장인물들이 계속적으로 그리고 끊임없이 술과 커피를 마시고 있습니다. 샴페인, 위스키, 브랜디, 맥주 가릴것 없이 다양한 술과 커피를 매번 여러병씩 마셔댑니다. 그리고 이 호텔, 저 호텔 전전하면서 놀고, 여주인공 "브렛 애슐리"는 한 남자에 정착하지 못하고 버젓이 결혼하기로 한 남자를 옆에 두고도 투우사와 연애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런 연애들이 감정적으로 매우 빈곤합니다. 즉, 정신적으로 안정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2부에 가면 주인공과 친구들이 모두 스페인에 "투우 시합"을 구경하러가고 "투우" 장면이 꼼꼼하게 기술됩니다만, 그 와중에도 여전히 "흥청망청"은 계속됩니다. 그런데 이런 "흥청망청"을 읽으면서 놀랍게도 그 내용이 결코 1928년에 한정된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고, 현재에 투영해도 전혀 이질감이나 어색함이 없겠다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만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역시도 비록 전쟁을 겪지는 않았지만, 정신적으로는 여전히 힘들고 피폐한 상태이며, 우리도 전후 못지 않은 "길 잃은 세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헤밍웨이의 소설중에서 우선적으로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