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rrari (2023)
포스터만으로도 수천만명은 관람할 것 같은 이 영화는 스포츠카 제조회사 "페라리"의 창업자 "엔초 페라리 (Enzo Ferrari)"의 인생의 가장 큰 격변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다만 2차대전이 끝나고 이태리가 무너져내린 상황에서 "페라리"사를 창업한 시점이 아니라, 한 참 뒤에 이미 자국에서 국보급 인물이라는 평판을 얻은 그가 경영난으로 회사의 앞날이 캄캄하던 시절에, 마찬가지로 최고의 자동차회사인 "마세라티"와 한창 경쟁을 벌이고 있던 시점 입니다. 이 두 경쟁사가 "Mille Miglia (1,000 마일)"이라는 대륙횡단 자동차 경주를 두고 사운을 걸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1,000 마일이면 약 1,609 km, 즉 서울에서 부산을 3번을 가고도 남는 매우 긴 거리이고, 양 사는 자사의 대표적 자동차를 5대씩 투입하여 어느 회사가 이 길고 긴 거리를 무사히 한 대라도 주파하는가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이 경주는 거의 국가적인 행사가 되어 언론사에서도 총출동하여 취재경쟁을 벌입니다. 이 경주에 임하는 "페라리"와 "마세라티"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을 하고 있는데, "마세라티"가 이 경주를 통하여 홍보효과를 최대화하여 자사의 매출 향상에 적극 활용할 생각이라면, "페라리"는 이 경주를 통하여 자신의 "브랜드"를 끌어 올려 더 훌륭한 스포츠카를 제작하는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즉, "엔초 페라리"는 차에 진심인 인간인 것입니다.
영화는 이 "밀레 밀리아"를 클라이막스에 두고는 있지만, 그 외에 "엔초 페라리"의 인간적인 문제도 다루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정실부인인 "라우라 페라리" 외에도 창업 초기에 만난 연인 "리나 라르디"가 있어 결국 두 집 살림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라우라"는 모르고 살다가 결국 알게 됩니다. "엔초 페라리"와 "라우라" 사이에는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신장이 매우 안좋아 2차대전중 입대했다가 결국 사망하였고, "리나 라르디"와의 사이에도 "피에로"라는 아들을 하나 둡니다. "라우라"와의 관계는 이미 소원해졌으나 히틀러에게 재산을 뺏기지 않으려고 재산의 상당부분을 그녀의 이름으로 해놓은 덕분에 함부로 하지를 못하고 있지만, 마음은 "리나"에게 가 있습니다. 이렇게 두 집 살림을 하면 그 결과가 결코 좋을리가 없습니다. 이런 복잡한 배경을 뒤로하고 인생을 회사에 "올인"하고, 지속적인 사고로 스포츠카 드라이버를 희생해 가면서 자동차의 성능을 끌어올려 경주에 도전합니다. 그리고 결국 "마세라티"를 이깁니다.
그러나 이 경주에서 "페라리"의 대표 드라이버인 "포르타고"가 대형 충돌사고를 일으키고 거의 200 km/h의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는 길가에서 구경하던 구경꾼 9명를 자동차로 덮쳐버리고 모두 사망합니다. 영화는 이 부분을 매우 리얼하게 촬영하여 얼마나 심각한 사고였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대형 유혈사태로 인하여 이 "밀레 밀리아"는 마지막 경주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엔초 페라리"는 이것이 자동차의 문제가 아니라 도로의 문제임을 밝히며 책임을 회피하는 냉혹함을 보이고, 자택의 정원에서 "피에로"를 자신의 후계자로 인정하며 영화가 끝납니다.
이 영화의 재미는 물론 이 "밀레 밀리아" 경주를 포함한 자동자 질주씬 입니다. 매우 드라마틱하게 잘 찍었고, 보는 사람이 드라이버와 같은 속도감을 느낄 수 있도록 찍었습니다. 특히 "밀레 밀리아" 경주를 벌이면서 자동차가 질주할 때 보여주는 이태리의 풍경이 아주 멋집니다. 그러나 자동차 이야기를 벗어나 가정사로 돌아가면 영화의 내러티브에 여기저기 빈 부분이 보입니다. 즉, 줄거리가 매끄럽지 않고, 충분한 설명 없이 등장하는 장면도 있으며, "엔초 페라리"의 인생이나 당시의 주변 상황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다면 지루할 수도 있게 전개됩니다. 내용이 늘어지길래 도대체 누가 연출했나 보다가 "마이클 만" 감독인 것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히트", "라스트 모히칸" 등의 소위 "마초" 걸작영화의 대가가 드라마를 이렇게 허술하게 연출했다는 것이 의외였습니다. 이 영화는 "애덤 드라이버 (엔초 페라리)", "페넬로페 크루즈 (라우라)"와 같은 명배우의 압도적인 연기가 힘들게 드라마를 건져올리고 있지만,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습니다. 사실 "마이클 만"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봐도 주로 남자들의 거친 세상을 표현하는데 장기를 가진 감독이라 남녀간의 감정싸움이 도드라졌던 영화는 별로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이클 만" 감독은 현재 그의 최고 걸작인 "히트"의 속편인 "히트2"를 준비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