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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프니 엄마야.

6화. 나의 백일사진

by 권에스더

내 아기 때 사진은 백일사진 하나뿐이다.

그 시절은 못살았고 아기를 데리고 사진관에 가야 찍을 수 있으니 사진이 귀했다. 돌 전 사진은 누렇게 빛바랜 사진 한 장이었다.

지금은 아기마다 넘쳐나는 것이 사진인데 그때는 귀했다.


11월 중순이 백일이라 도톰한 융으로 만든 옷을 입고 있었다. 엄마가 천을 사 와 만들어 입힌 것이었다. 바탕에 귀여운 무늬가 있었다.

엄마가 한 땀 한 땀 만든 것이었다.

내가 자는 시간에나 만들 수 있었으니 엄마는 잠도 못 주무셨을 것이다. 얼마나 바지런히 움직여야 했을지 상상이 간다.


손목에는 주름도 잡혀있는 옷이었다.

창이 있는 모자도 만들어 머리에 씌웠다.

모자 창은 어떻게 세웠는지 엄마의 재주가 빛났다.

내 얼굴 좀 살아 보이라고 아니 추운 계절이니까 자도 씌운 것 같았다.


발에는 하얀 털실로 짠 방울이 두 개 달린 양말을 신고 있었다. 코바늘로 짠 것이었다.

이 양말은 색은 바랬지만 대학시절에도 본 적이 있었다.

엄마의 솜씨는 대단했다. 씨보단 성이 더 대단했다.

처음엔 사서 입힌 줄 알았다.


손가락에는 금가락지가 끼워져 있었다.

어떻게 마련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커서도 있었던 걸 보면 내 것이 확실하다.

그렇게 앉아서 벙글벙글 하는 기억에도 없는 내 모습이 담겨있다.


자식이 한둘도 아닌데 자식마다 정성껏 키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것을 보며 돌사진은 왜 없냐고 물으니 내가 돌 무렵 오랜 기간 아파서 돌잔치를 할 수 없었다 하셨다.

죽을까 봐 떨며 그 시기를 보냈다 하셨다.

어려서부터 나도 모르게 큰 불효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사진을 찍을 때 엄마는 얼마나 행복하셨을지

가늠이 안된다.

엄마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다.

자신이 만든 옷을 입고 벙글벙글 웃는 자식을 보는 엄마의 행복은 엄마가 아니고는 모른다.

웃는 자식을 보는 부모만큼 행복한 사람이 또 있을까....

자식을 길러보니 가슴에 와닿는다.

얼마나 귀한 순간을 담고 있는 사진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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