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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프니 엄마야

20화. 세운상가

by 권에스더

어린 시절 세운상가가 지어졌는데 먼저 슈퍼가 개장을 하였다.

지금은 낡고 별 볼 일 없는 낙후된 건물이지만 그 시절엔 뉴스거리였다.

그 시절 슈퍼라는 단어는 낯설었고 모두 시장을 이용하던 때라 구경을 하러 한번 갔는데 정말 넓고 먹을 것도 파는데 다른 한편에선 그릇 같은 생활용품도 잔뜩 있는 것이 신기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정말 다양한 예쁜 접시들이 쫙 널려있었다. 이것도 예쁘고 저것도 예쁘고...


엄마는 살면서 사기그릇에서 스테인리스그릇이 나와서 그릇을 바꾼 적이 있었지 예쁜 접시를 산다 거나하기에는 여력이 없었다.

그런데 그 슈퍼에는 예쁜 무늬들이 그려진 다양한 접시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난 돈이 없어 사지는 못하고 구경만 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금요일 일 주간의 시험이 끝나고 나면 마음이 홀가분해져서 친구들과 세운상가 구경을 갔다.


5학년때인데 예쁜 접시에 눈이 팔려 사고 싶었다.

일 주간 모은 돈을 보니 접시 하나를 살 수 있었다.

집에서 엄마가 가끔 카레라이스나 잡채밥을 해주셨는데 그때 쓰면 좋을 거 같은 약간 우묵한 것으로 골랐다.

다음 주에 와서 또 하나 사야지라고 생각하고 돌아와서 접시 한 개를 엄마께 드렸다.

"아니, 이런 예쁜 걸 사다니!" 하며 기뻐하셨다.


다음 주에 또 가니 유명 여배우도 온 것이 보였다. 그 당시 그 슈퍼가 핫플레이스였던 것이다.

유명 여자 탈랜트도 보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못 살았으면 그곳이 유명한 곳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 주간 모은 돈으로 또 접시 한 개를 사들고 친구들과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다 보니 식구 수만큼 한 가지 접시로 모으려 했는데 중간에 접시가 다 팔려 식구수만큼 살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다른 종류의 접시로 바꿔 모아 식구수만큼 일곱 개를 모았다.

엄마가 잡채밥이나 카레라이스를 하는 날이면 난 이 접시를 꺼내 엄마께 가져다주었다.

그날은 예쁜 접시에 담긴 밥을 먹는 날이었다.

난 괜히 신이 났다.

우리 오빠들은 그릇이 바뀐 줄도 모르고 관심도 없었는데 난 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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