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구슬백
한동안 아줌마들 사이에선 화려한 구슬백이 유행이었다. 색도 다양했지만 수많은 구슬을 꿰어 만드니 화려한 것이 예뻤다.
단순한 구슬이 아니라 구슬로 만든 입체적인 꽃 장식까지 많이 붙어있어 화려함을 더했다.
엄마도 여자인지라 남들이 다드는 구슬백이 갖고 싶으셨나 보다.
하지만 본인의 돈을 내고 사기엔 가격이 꽤 되니 돈을 내고 사기는 아까우신 것 같았다.
하루는 백을 만드는 공장을 찾아 다녀오셨다 했다.
"공장장한테 물어보니 15명을 모아 오면 나는 그냥 만들어주겠다"라고 하더라며 기뻐하셨다.
샘플로 가방 몇 개도 가져오셨다. 보고 원하는 것을 고르라고.
나도 엄마와 같이 골랐던 기억이 있다.
은빛, 금빛, 검은빛, 진한 초록빛 구슬등 다양한 색들이 있었다. 난 은빛이 예쁘다고 골랐는데 엄마 생각은 달랐다. 진한 초록을 고르셨다. 물론 색에 따라 가방모양도 달랐다. 모양 생각도 해야 했다.
다음날부터 사람들이 와서 보고 본인이 원하는 것을 고르고 가셨고 15명은 금방 찼다.
돈도 다들 내고 가니 일처리가 쉬웠다.
엄마는 갖고 싶은 물건은 그런 식으로 장만하셨다.
어찌 생각하면 가슴 아픈 일이다.
구슬백은 구슬을 일일이 꿰어 만들다 보니 생각같이 빠르게 나오질 않아 순서를 정해 한 사람씩 받아갔다.
맨 마지막으로 엄마가 구슬백을 받던 날 학교 다녀온 나를 보고 "어떠니? 예쁘니?" 웃으면서 물으셨다.
예쁘다고 자랑하시는 것 같았다.
엄마가 행복해하는 모습이 보였다.
유행이 지나자 그 백은 엄마가 돌아가실 때까지 귀중품을 담아 장롱 안에 있었다.
버리지 않으셨다. 지난 추억이 있는 백이니 그러신 것 같다.
아직도 눈에 선한 짙은 녹색의 반짝반짝하는 구슬백....
엄마가 여자로 보이게 했던 백이다.
엄마도 갖고 싶은 것이 있구나를 깨닫게 한 백이다.
전에는 엄마는 갖고 싶은 것이 없는 줄 알았다.
내가 꼭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도 사람인데, 여자인데...
왜 희생만 당연히 여겼는지....
엄마도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난 게 아닌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