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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프니 엄마야

22화. 쌀죽 한 그릇

by 권에스더

어린 시절 열이 오르거나 하면 해열 진통제인 아스피린을 먹었다.

요즘은 다른 해열제도 있지만 그 시절엔 아스피린뿐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시절 학교에 있다 보면 열이 올라 집에 와서 아스피린을 먹고 열이 떨어지면 숙제를 하고 학교 갈 준비를 해놓고 잤다.

다음날 학교에 있다 보면 열이 또 오르고 그렇게 열이 일주일간 오르다 보니 매일 아스피린을 먹게 되었다.


아스피린은 위에서 흡수되는 약이라 오래 먹으면 위점막이 상한다. 어려서 그걸 모른 채 아스피린을 먹다 보니 주말이 되자 열은 안 오르는데 배가 아파 밥을 먹지 못했다.


이런 나를 보며 엄마는 나를 위해 흰 죽을 쑤었다.

나를 위한 딱 한 그릇이었다.

쌀을 갈아 죽을 쑤고 달걀을 풀어 노릇노릇한기가 돌았다. 죽이 다되자 참기름을 한 방울 떨구어 간장과 같이 주셨다.


"찬찬히 식혀 먹어봐. 입맛이 돌지 모르겠다."

나는 그 죽을 먹었는데 맛도 있고 왠지 모를 행복이 밀려왔다. 아픈 게 다행인 것 같은 생각까지 들었다.

어릴 적 가끔 아플 때 느끼는 행복감이 있었다.

그때가 그 행복을 느끼던 순간이었다.

여러 형제 가운데 나만이 받는 관심과 사랑이 주는 행복이었다.

형제가 많은 사람들은 이해가 갈 것이다.

그때가 그랬다.

죽 한 그릇이 주는 말할 수 없는 행복!

아파서 행복한 그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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