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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 며느리로 산다는 것

14화. 무너진 담장

by 권에스더

원룸이 유행하자 우리 옆집이 단독주택건물을 부수고 집을 다시 짓기 시작을 했다. 넓은 땅에 원룸을지어 부부의 노후를 준비하는 것 같았다.

그 집은 부부 둘 다 교수라 연금이 많을 텐데도 더 풍요로운 노후를 원하던지 자식들을 위한 배려인 것 같았다.


공사를 시작하여 땅을 깊이 파니 별안간 그 집과 우리 집사이에 있던 담이 굉음을 내며 무너졌다.

담이 무너진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앞을 가리던 담이 없어지니 집에서 동네 저쪽이 다 보이고 또 우리 집의 흙이 빠져나가며 지반이 흔들리니 우리 집벽에 금이 가기 시작을 하였다. 우리 집기반이 흔들는 아주 위험한 상황이 되었다.


벽에 가기 시작한 금은 하루가 멀다 하고 점점 굵어지고 가지를 치며 점점 퍼져나가 어린 아들과 자려 방에 들어가면 오늘 밤 집이 무너지면 우리는 깔려 죽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잠에 들게 었다.


그 일이 있고 옆집 사람들이 와서 피해상황을 보고는 피해보상을 해주었다.

난 곧 그 돈으로 우리 집을 고치는 줄 알았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두 달을 지내던 어느 날 어머님이 사시는 안채에 들어가니 "그건 우리 집이니 이제 고쳐야 하니 마당에 텐트를 치고 장롱 같은 살림살이를 내놓고 고칠 때까지 너희들은 밖에서 지내라!"라고 어머님이 말씀하셔서 "어린애 하고 어떻게 밖에서 지내요?"


"그건 너희 사정이니 우리는 고칠 때 고쳐야겠다!" 라며 남처럼 말씀하셔서 걱정을 한가득 안고 내려와 밤새고민을 하였다.

지금 같으면 컨테이너에 짐을 맡기고 원룸을 얻던지하면 되었을 것인데 그때는 몰랐다.


어머니의 말씀 때문에 맘속은 너무너무 서운했다. 어쩜 저리 차갑지!

어린 아들을 어떻게 밖에서 재워... 당신 손주인데....

아직 벌레도 모기도 엄청 많은데..,

엄마한테 말해볼까....

그럼 걱정하실 텐데...


다음날 아침 안채에 다시 올라가 "어머님 뜻대로 하세요. 마당에서 지낼게요."라고 말하며 내려오는데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래도 9월이라 아직 춥지는 않으니 그렇게 일단 말은 하였다.


그런 일이 있고 시간이 한참 지나도 수리는 하지 않고 있어 의아해하고 있는데 옆집에서 받은 수리비를 거진 다 써서 돈이 없어 못한다며 우리 집 바닥에 시멘트를 집어넣는 임시처리로 금 간 집의 수리를 맞쳤다.


나는 그 집에 사는 내내 이 집이 무너지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고 아침에 눈을 뜨면 깔려 죽진 않았구나란 생각을 했다.

비참한 시간이었다.


세입자라도 그러진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차라리 세입자라면 권리라도 있었을 것이다.

돈을 안내고사니 우리는 세입자만도 못했다.

어떻게 자식한테 그러시는지...

자식도 돈 없으면 그리 무시해도 되는지...

난 이해를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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