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남편의 구겨진 바지
나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강의를 준비해야 하니 아들이 잘 시간이나 아님 세탁기를 돌리는 시간이나 찌개가 끓을 동안 책을 보곤 하였다.
어느 날 책을 보다 보니 빨래가 끝났는데 곧장 꺼내지 못하고 책을 마저 다 보고 가서 꺼냈더니 빨래가 주름이 심하게 잡혀있었다.
말린 다음 다리미로 다려야지 생각하며 소파에 걷어두고 아들을 유치원차를 태우러 나갔다 왔다.
별일 없이 저녁이 되자 남편이 퇴근해 와 "오늘 소파워에 있던 바지를 입고 나갔는데 엄마가 마당에 계시 다 보고 당장 갈아입고 나가라 그래서 갈아입고 갔어."라 하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큰일 났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어머님이 가만히 계실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주에는 어머님을 뵈러 일부러 안채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렇게 일주일쯤 지나고 있는 어느 날 슈퍼에 갔다.
그간 잘 피해온 어머님을 하필이면 슈퍼에서 딱 마주쳤다.
나를 보자마자 "남편을 그 꼴로 내보내는 애가 가르치긴 누굴 가르치러 다니냐?"라 하셨다.
매 순간 이 말이 하고 싶어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게 쏘아 부쳤다.
순간 "제가 다림질 가르치러 다녀요? 제가 아는 전공 가르치는 거예요."란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것을 겨우 참고 말을 삼켰다.
그러다 보니 기분이 나빠 어떻게 장을 봤는지 대충대충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림질 안 한 옷을 입고 나간 당신 아들이 한 일을
왜 내 인격 모독을 하는 말을 하시는지....
내가 입으라고 준 것도 아닌데 모두 내 탓으로 여기는 자체가 말이 안 되었다.
남편이 잘못해도 다 내가 잘못한 것이 되었다.
시댁은 그런 것인가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느리 잘못만 있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