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우상을 섬기다.
아들이 세 살 무렵 가만히 있지 않고 계속 움직였다. 쫓아다니자니 아들의 체력을 당할 수가 없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더운 날씨에도 안채 할머니댁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을 하루에도 여러 번 하였다.
그러다 보니 땀띠가 막 돋았는데 사타구니에 콩알만 한 것이 열댓 개 났다.
이것을 본 언니가 "아니, 너는 자식이 저렇게 되도록 나 두었니? 어쩜~"하며 야단을 쳤다.
나도 어려서 눈가에 땀띠가 뭉쳐 곪아 수술했던 기억도 나고 하니 걱정이 좀되어 땀띠가 덧날까 봐 에어컨을 설치하기로 하여 거실에 작은 에어컨 하나를 달았다.
그때는 작은 것도 우리 형편엔 무척 비쌌다.
지금보다 훨씬 비쌌다.
그때는 전기가 많이 들어가는 에어컨이라 많이 쓸 수도 없었다.
전기값 폭탄이 무서워서였다.
한낮에만 한 시간 반씩 틀어주니 아들의 땀띠가 사라졌다.
이런 일이 있고 나자 어느 날 어머님이 "너희는 자식이 우상이다!"라고 하셨다.
성경에 우상을 섬기지 말라했는데 하나님이 주신 자식을 위해 최선, 아니할 수 있는 것을 좀 한 것이 우상을 섬기는 것으로 보였다니 놀라웠다.
그 후로도 어머님은 우리 집은 아들이 우상이란 말을 수시로 하셨다.
들을 때마다 당신이 어떻게 그렇게 모든 것이 옳다고 생각하시고 말씀을 하시는지 그것도 신기했다.
대치동 엄마들을 보셨어야 그런 말씀을 안 하셨을 텐데...
그럼 어떻게 길러야 우상이 아닌지....
그냥 방치해야 하는 것인가....
주변을 보면 나는 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이 드는데 어머님 눈에는 왜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아마 부모한테는 그렇게 하지 않아 하시는 말씀 같았다.
함부로 판단하고 함부로 말씀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새겨듣지 말자란 말을 되뇐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그렇게 자라지 않아 무척 힘들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는 것이 나한테는 너무 어려웠다.
한 귀로 들으면 곧바로 뇌로 가는 것이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