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집안의 격조를 떨구다니?
아이가 어리니 우유와 두유를 많이 마셨다.
특히 내 아들은 잘 마시고 잘 먹었다.
일일이 장을 볼 때 사 오자니 너무 무거워 우유 배달을 주문하니 곧 바로 우유를 담을 나일론 봉지가 대문에 달렸다.
아침에 나가면 우유가 들어있어 가지고 들어와 냉장고에 넣어두면 아들은 먹고 싶을 때마다 꺼내 마시니 아들도 나도 좋았다.
어느 날 외출했다가 들어오시는 어머님이 나를 불렀다.
나가보니 대문에 달려있던 우유봉지를 똘똘 말며
앞으로 이렇게 해서 잘 안 보이게 대문틈사이에 끼어 놓으라 하셨다.
그래서 알았다고 대답을 했는데 이어서 어머님의 말소리가 들렸다. "집의 격조 떨어지게 이게 다 뭐야~"라며 들어가셨다.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 난 좀 충격이었다.
우유봉지가 집의 격조를 떨구나?
배달시켜 먹는 게 뭐가 그리 문제인지 이해가 쉽게 되지 않았다.
내가 편한 것이 짜증스럽나....
아이가 어려서 기저귀 널린 빨랫대를 빨리 마르라고 해가 드는 문 앞에 놓으니 어머님이 당장 뒤 베란다로 갖다 치우라고 흉하게 이게 뭐냐 라시던 때가 다시 떠올랐다.
종이 기저귀가 비싸고 환경에 해도 크다고 해서 천기저귀를 쓰다 보니 빨리 마르라고 그런 것인데
뭐가 그리 흉한 것인지....
그때도 이해가 어려웠는데 또 이러시니 거리가 느껴졌다.
쓰레기를 내놓을 때도 심심하면 지적을 받았다.
깨끗하게 들고 가기 편하게 해서 내놓지 못했다고.
이런 일들을 겪다 보니 시댁과는 격조가 안 맞는 나란 생각이 들었다.
격조가 맞는 사람끼리 만나야 하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