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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 며느리로 산다는 것

10화. 투피스

by 권에스더

아들이 세 살 될 무렵 강의가 들어왔다.

그간 몸도 안 좋고 아들을 키우느라 내 생활은 없었다.

이제 새롭게 일을 하게 되니 입고 나갈 옷부터 걱정이었다. 늘어난 허리 때문에 맞는 옷도 없고 독일에서 지낼 때는 정장이 필요 없어 그런 류의 옷이 없었다. 늘 청바지나 진바지에 티셔츠나 스웨터가 다였기 때문이었다.


유모차에 아들을 태우고 엄마와 같이 동네 옷가게에 가서 파랑 마소재로 된 투피스 한벌을 샀다. 파랑에 흰 단추가 시원해 보여 마음에 들었다.

오랜만에 치마를 입고 구두를 신으니 낯설었다.

그래도 내 다리는 여전히 가늘었다. 변함이 없었다.


며칠 후 어머님을 마당에서 만났는데 "아버님이 너 강의 나가는데 입으라고 투피스 한벌 해주라 신다."

신이 나고 나를 생각해 주시는 마음이 무척 고마웠다.


그래서 결혼 전 옷을 맞춰주시던 집에 가서 투피스와 그 옷에 어울리는 블라우스를 맞췄다.

그 집의 특징은 부속품 예를 들면 단추나 벨트 같은 것이 고급지고 마음에 든다는 것이었다.


옷을 찾아오던 날 아버님은 옷을 입고 신발까지 갖춰 신고 와 보라 하셨다.

신도 없어서 그냥 하나 있는 검정구두를 신고 갔더니 "우리 며느리 예쁘구나~"

자상하신 아버님의 모습이 지금도 떠오른다.


그 옷을 입고 가을에 강의를 다녔는데 대학동창이 내 옷을 보고 단추를 보니 비싸 보인다며 "야, 너 비싼 옷 입고 다니는구나!"라 하는 걸 보니 사람 눈은 비슷하단 생각을 했다.


그 바람에 갑자기 비싼 옷 입고 다니는 사람이 되었다. 사실 비싼 옷은 그것밖에 없는데...

오래된 즐거웠던 기억이다.

가족들에게 사랑이나 관심을 받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아무리 가족간이라도 그렇다!

아니 가족 간의 사랑은 세상을 사는데 더 중요한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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