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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 며느리로 산다는 것

9화. 역삼동 할머니

by 권에스더

아들은 말을 일찍 하기 시작을 해서 세 살 무렵 질문도 많고 말도 많아졌다.


어느 날 외할머니 무릎에 앉아 "외할머니는 어디 살아?" "가락동~" "그럼 외할머니는 가락동 할머니야?" "그렇지!" "그럼 안의 친할머니는 역삼동 할머니구?" 우리 엄마는 아무 생각 없이 그렇지 하며 잘한다고 맞장구를 쳐주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난 아들은 혼자 마당으로 나가 돌아다녔는데 어머님이 나오셔서

수돗가에서 걸레를 빠셨다.

친할머니를 보자 아들은 "역삼동할머니!"라 불렀다. 이소리를 들은 어머니는"내가 왜 역삼동 할머니야! 친할머니라 불러!"라시며 화를 버럭 내셨다.


뻘쭘한 아들은 무안했는지 쪼그리고 앉아 고개를 숙이고 대문 밑으로 길을 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는데 이때 우리 엄마가 오시는 걸보고 아들이 "할머니! 내가 역삼동 할머니라 했어."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는 "잘했어~"라며 대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어머님은 우리 엄마를 보고 "왜~ 외할머니 친할머니라고 못 가르치세요! 역삼동할머니가 뭐예요? 내가 동네 할머니예요?"라며 화를 벌컥 내시곤 안채로 들어가셨다.


당황한 엄마는 "아이가 그런 걸 뭘 그리 화를 내시냐며 화 푸시라!"라고 안에 들어가 말씀을 하셨는데 쫓겨나다시피 내려오셨다.


난 이일을 잊을 수가 없다.

우리 아들 봐주러 오시다 이런 일을 당하셨으니 내 탓에 당한 수모라는 생각도 들었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금은 내 맘대로 용서도 할 수도 없 하고 싶지도 않다.


"세상에 사돈을 얼마나 하찮게 여겼으면 그랬을까.,,. 내 엄마인데..." 이해도 안 되고 용납도 안 된다.


더 황당한 것은 당신은 "나만한 시어머니는 별로 없다."라 씀하신다는 것이다.

이것은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인가?

무엇 때문에 다른 사람은 상처받은 행동을 당신은 잊은 듯이 사신다는 것이다.


어머님이 잊으셨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잊지 않으셨다면 사과라는 것을 했을 테니 드는 생각이다.

사람의 마음이 달라서 생기는 일인가?

누구한테는 사과조차 필요 없는 당연한 일에 누구는 엄청 큰 상처를 받으니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인생을 살아보니 많이 아는 것 같은데 모르는 게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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