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무화과열매로 친 배드민턴
한국에 돌아와 한동안은 친정형제들 생일이면 모여 축하하기 위한 돈을 계붓듯이 매달 조금씩 모았다.
그 돈으로 축하금을 주고 선물도 사고 당사자는 생일상을 차렸다.
한 번은 우리 남편생일이라 우리 집에 모였는데 집이 좁고 더운 여름이다 보니 아이들은 식사 후 마당에 나가 자기들끼리 놀았다.
배드민턴을 치며 놀았는데 공이 자꾸 지붕 위로 올라가 공이 없으니 짓궂은 남자애들이 공대신 마당의 무화과나무 열매를 따서 쳤다.
아직 자라지 않아 조그마한 것을 따서 공대신 친 것이다.
집안에 있던 나는 모르고 있었는데 다음날 아침 일이 터졌다.
안채에 갔더니 어머님이 "내가 요즘 열매자라는 맛에 사는데 그걸 따면 어떡해~"하며 소리를 버럭버럭 막지르셨다. 그렇게 나에게 누군가가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태어나 처음 보았다
"도대체 왜~그러는 건데!"라 하시며 달려들 기세셨다. 내가 아무 의도가 없었음을 아실 텐데 나한테 독하게 화풀이를 하셨다.
순간 나도 기분이 몹시 나빠 무화과 한 상자를 사다 갚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내가 하란 것도 아니고 아이들이 그런 걸 나한테 그리 분풀이를 하시는 걸보며 내가 싫고 내 친정식구들이 오는 자체가 싫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다음부터 남편 생일모임은 밖에서 하였다.
문제가 생길 여지를 없애려고 신경을 써야 했다.
같은 집에 살면서 언짢은 감정을 가진 채 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난 쉽게 감정을 숨기거나 감정을 바꾸는 것을 잘 못하고 자랄 때나 학교 때 야단을 맞은 적이 거의 없어 마음이 심하게 다치기 때문이었다.
같이 살려면 문제가 생길 구석은 없애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지만 어머님께 받은 마음의 상처는 쌓여만 갔다.
"이런 일이 자꾸 생기는 걸 보니 독립을 해야지!"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무리 부모 자식 간이라도 이렇게 막대하는 것은 우리가 아버님이 지어주신 집에 붙어산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독립을 생각했지만 내 마음도 모른 채 집값은 다락같이 올라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