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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 며느리로 산다는 것

3화. 안부전화

by 권에스더

남편이 먼저 독일로 가는 바람에 1년 늦게 간 나는 한국으로 다시 나오지 못하고 독일서 결혼식을 올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풀밭이 넓게 펼쳐진 곳에 있는 오래된 교회 3월의 잔디가 아름다운 그런 곳에서 올린 결혼식이었다. 교회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결혼을 하고 나니 엄마는 보고 싶어서 자주 연락을 하는데 시어머니는 왠지 어려워 가능한 연락을 미루다 3주 만에 전화를 드렸다.

대뜸 하시는 말씀이 왜 자주 연락을 안 하냐는 말씀이셨다. 궁지에 몰린 나는 "바쁘다 보니 그리됐어요."라 대답했다.


그러자 어머님은 "너만 공부하는 줄 아냐? 아는 집 딸 며느리 다 공부해도 연락만 자주 한다!"

찬바람이 쌩도는 말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렇게 차고 싸늘한지...


굳이 그들과 나는 다른 분야라 다른데 이것은 핑계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되었다.

음악을 하는 사람과 매일 실험실 출퇴근을 해야 하는 건 분명 다른데..,


아님 당신 아들한테 자주 연락을 하라 던 지

왜 며느리만 탓하시는지 이해가 안 됐다.

그렇다고 남편이 우리 집에 연락하는 것도 아닌데

결혼했다고 나만 일이 두 배가 되는 것인지 곱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어머님이 따뜻해도 그렇게 연락을 미뤘을까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며 거리감이 더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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