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맞춤양복값
남편이 대학에 취직이 되자 아버님이 오랫동안 옷을 맞춰 입으시던 곳에 가 양복을 하라셨다.
아들을 축하해주고 싶으셨던 것 같았다.
그 양복점은 이승만대통령 양복을 하던 집이라고 나름 명성이 있어 맞춤 옷값이 비쌌다.
남편은 취직도 되고 아버님 축하로 옷도 맞추니 신이 나서 양복 윗도리 2개를 주문했다.
디자인이나 색상 옷감은 맘에 들었지만 윗도리 2개의 가격이 90만 원이었다.
그 당시 남편의 월급이 90만 원이었다. 우리 형편으로는 할 수 없는 그런 양복이었다.
선물인 줄 알고 한 것인데...
어느 날 어머님은 "아버님은 그러지 말라하시는데 난 그 돈 받아야겠다."시며 그 양복값을 달라고 하셨다.
남편은 아버님이 해주시는 줄 알고 맞춘 것인데
어머님은 받아야겠다고 하시니 당황스러워했다.
아직 첫 월급도 안 받아 돈이 없는 남편은 "그럼 매달 조금씩 드릴게요!"라 하니 어머님은 "싫다! 목돈 내고 왜 푼돈을 받니? 다 내놔라!" 하시니 남편이 기분이 나빠 벌떡 서며 식탁을 쳤단다. 내가 친정에 있을 때 일어난 일이었다.
나를 본 어머님은 "장가들기 전에는 그런 일이 전혀 없던 애인데 너를 만나더니 부모한테 대들더라!" 하셨다.
내가 대들라 한 것도 아니고 한데 왜 내 탓 인양 그러시는지 이해가 안 됐다.
아버님의 선물을 별안간 돈을 계산한 당신이 너무한다는 생각은 못하시는 것 같았다.
그 양복을 볼 때마다 기분이 나쁘다며 남편은 그 아까운 옷을 입지 않았다.
기분 나빠도 입지 돈을 다 지불한 것인데 난 더 아깝게 느껴졌다.
내가 입을 수도 없고 그 옷은 결국 버렸다.
아버님은 기분 좋게 해 주신 것인데 아버님은 이제 돈을 못 벌고 아들은 벌기 시작하니 왠지 심사가 뒤틀려 중간에서 돈을 받으신 것이다.
아들이 돈 버는 것이 배가 아프실리는 없고 내가 쓰니 짜증이 나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