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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 며느리로 산다는 것

5화. 운전면허 따기

by 권에스더

독일에서 돌아와 보니 시댁은 전에 살던 아파트를 팔고 다 모여 살집을 짓는다고 잠시 작은 아파트에 전세를 살았다. 짐도 일부만 풀고 지내고 계셨다.

갑자기 집이 좁아지니 어머님은 가슴이 답답하여 병이 날 것 같다 하셨다.


집이 작으니 나는 친정집에 머물렀다.

어느 날부터 어머님이 운전면허를 따시겠다며 날 보고 와서 시동생 점심을 차려주라 하셨다.

그래서 나는 매일 11시쯤 가서 밥을 해서 시동생점심을 차려주고 오곤 했다.

그 시절 나는 임산부였다.


지금 같으면 안 했을 것 같다.

본인이 알아서 해 먹지 굳이 다른 집에 있는 사람한테 하라니....


운전연습을 기 위해 어머니는 쫄바지도 사 입으시고 손이 탈까 봐 면장갑도 끼셨다.

어머님은 외형부터 갖추시고 매일 열심히 연습을 다니셨다.

그러다 보니 기어코 시험날이 다가왔다.

그날도 시댁에 가보니 어머님이 "걱정이 돼서 어젯밤 잠을 못 잤다."며 피곤한 모습이셨다. 그런 일에 못 주무시는 분인 줄은 처음 알았다.

그렇게 앉아 계시다 시험을 치르러 가시고 난 밥을 차리고 돌아왔다.


다음날 시험결과도 궁금하고 해서 들렸다.

"어머님, 어떻게 되었어요?" "떨어졌다! 글쎄 문을 열고 달리고 있지 뭐니!" "세상에 어떻게 그래요?"

어이가 없어하니 어머님은 "이제 안 하기로 했다. 이 나이에 면허는 따서 뭐 하겠니,.."

그때 어머님 연세가 육십이셨다.


그렇게 쉽게 포기하실 거면 그럼 지금까지 나는 왜 고생한 것인지...

며느리는 당연히 써도 되는 잉여 노동력 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 연세가 바뀐 것도 아닌데 "이 나이에 면허는 따서 뭐 하니?"라는 말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럼 시작은 왜 하신 것인지...

그리 쉽게 포기하시는 분인줄 몰랐다.

평상시 나에게는 하도 칼같이 말씀하셔서 어머님이 아닌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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