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여우
독일서 돌아와 친정에서 지낼 때 시댁엔 코도 안 보인다고 어머님이 뭐라실까봐 일주일에 한 번 주말에 시댁에 가서 식사를 준비하고 같이 먹었다.
어머님의 주도하에 식사를 준비하니 나는 당연히 "어머님? 뭘 할까요?"라 물었다.
그럼 어머님은 "할꺼없어! 그냥 쉬어!"라 하셨다.
말씀은 쉬라시지만 진짜 쉬라는 말로는 들리지 않았다. 진짜 쉬면 큰 파장이 몰려올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부엌에 가서 "뭘 할까요?"물어도 "그냥 쉬어!"라며 당신은 감자를 깎으셨다.
난 할 수 없이 "그 감자 제가 깎을 테니 다른 것 하세요." "그럼 그럴래!"
감자를 다 깎고 나니 할 것 없으니 또 쉬란다.
차라리 일을 주는 것이 마음이 더 편한데 왜 자꾸 저러시나 생각하며 어머님이 씻고 있던 콩나물을 뺏어 씻었다.
그러다 보니 저녁을 준비해 같이 먹고 설거지는
나 혼자 하고 돌아왔다.
그날 저녁 남편한테 어머님이 "개는 여우다!"라 하셨다.
난 상냥하지도 여우스런 사람도 아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여우란 말을 들었다.
난 아닌데...
난 진솔한 사람인데 말이다.
차라리 진국이란 말이 어울리는 사람인데 여우라는 말을 태어나 처음 들었던 날이다.
결혼해서 듣기 시작한 나하고는 안 맞는 첫 단어였다. "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