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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프니 엄마야

13화. 엄마의 부채질

by 권에스더

요즘같이 더위가 극성을 부리면 어린 시절 엄마의 부채질이 생각난다.

더운 여름의 불청객인 모기 때문에 우리가 잘 방은 문을 닫고 약을 뿌린 후 30분쯤 지나면 걸레로 방바닥을 다 닦으셨다. 매일 저녁 그러셨다.


그리고 이부자리를 피셨다.

요위에는 돗자리를 깔아 피부가 천과 직접 닿는 것을 막아주셨다. 조금이라도 시원하라고.

그 위에 동생과 나는 얇은 천으로 배만 가리고 누웠다.


더운 여름인데 에어컨은 당연히 없었고 선풍기도 없던 어린 시절 부채만 있었다.


온갖 약을 선전하느라 약국에서 부채를 많이 주었다. 물론 예쁜 부채는 상아로 만든 것도 있었고

멋있는 수묵화가 그려진 것들도 있었다.

그런 것은 돈 내고 사야 하는 것들이라 부유한 분들이 들고 다니셨다.

우리는 그저 활명수가 그려진 부채였다.


너무 더우면 잠이 안 온다고 시원하게 우리가 잠들 때까지 부채질을 해주셨다.


얼마나 힘들고 더우셨을까?

그래도 더위가 지나갈 때까지 그렇게 우리를 재웠다.

그때는 몰랐다.

그게 엄청난 사랑이란 것을,..


내 자식을 키워보니 자는 아들 종아리에 모기가 앉아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잡고 모기장을 쳤다. 모기장을 치니 더 덥고 선풍기가 쓸모가 없어서 나도 모기장 안에서 다섯 살 난 아들이 잠들 때까지 부채질을 해보니 엄마가 떠올랐다.

팔도 아프고 덥고...

내가 어린 시절 받은 사랑이 얼마나 큰지 그때 깨달았다.

한 아이가 잘 크는데 얼마나 많은 사랑이 필요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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