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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 소담 IV

언제까지나 연못 속 올챙이로 남을래?

by 권에스더

개구리는 우리에게 이주 친숙한 동물이다.

어린 시절 남자아이들은 한두 번쯤 잡아 봤을 것이다.

물에 있던 올챙이가 변태를 마치고 개구리가 되는 과정은 초등학교 관찰일기 숙제였다.


어린 시절 소나기가 쏟아지던 어느 여름날 뒷마당에 비를 바라보며 앉아있는데 화단에서 갑자기 뭔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 조그마한 청개구리였다. 나뭇잎 한 장 위에 앉아도 흔들림 없이 거뜬했다. 너무 작은 것이 의외의 손가락을 가지고 있었다. 피아노를 오래 친 사람의 손끝처럼 동그란 손끝이 정말 귀여웠다.

처음 보는 개구리였다.

어디서 왔지? 우리 집이 도심 한가운데인데 신기했다.


난 자라 대학에 갔다.

중간고사를 볼 때니까 4월 중순경이었는데 도서실에서 공부 좀 할라치면 개구리들이 연못에서 어찌나 울던지 시끄러워서 집중이 안되었다.

개구리들은 짝을 못 찾을까 봐 죽도록 울었다.

어떤 학생들은 소리를 지르거나 돌을 던졌다.


같은 연못이라고 한종의 개구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구리 종이 자신의 짝을 찾으려고 종마다 특유의 울음소리를 가지고 운다.

누구는 길게 다섯 번 누구는 짧게 두 번.....

수컷의 이 소리에 같은 종의 암컷만 반응한다.

그래서 개구리 잡종이 생기지 않는다. 종을 보전하려는 방법이다.


대학생활중 어느 여름 교생실습을 나갔다.

경기도에 있는 여자 중학교였다.

그곳의 생물 선생님이 나보고 개구리해부를 공개수업으로 하라 했다.

개구리는 주변 논에 많으니 나가 잡으란다.

어쩌지? 막막했다.


포기하지 않을 바에야 하라면 해야지 어쩌겠는가!

고민 끝에 양동이를 들고 개구리를 잡으러 학교 뒤 공터로 갔다. 개구리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었다.


처음으로 개구리를 잡아보았다.

축축한 것이 손에 척 붙는 느낌은 더러웠다.

그래도 꼭 참고 수업시간에 나눠줘야 할 조별 개구리 수보다 두 마리 더 잡아서 뚜껑을 닫고 실습실에 가져다 두었다.


다음 날 개구리 해부도를 걸고 수업을 시작하였다.

각 조별로 개구리를 마취시켜 해부하고 속을 관찰하는 것이었다. 난 본보기로 먼저 시작하여 잘하고 있었는데 학생들이 " 어머 어머!" 하며 소리를 질렀다. 마취를 못한 조의 개구리가 강의실 안을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도 아니었다,

수업분위기가 엉망이 되니 내가 나서서 개구리를 다잡았고 내가 다 마취시키고 해부도 내가 다했던 나쁜 기억이 있다.


올챙이가 개구리로 되는 변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안다.

그런데 아주 나중에 안 새로운 사실이 있다.

올챙이가 떼를 지어 몰려다니면 올챙이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개구리가 되어 새로운 세상으로 튀어나간다.


올챙이를 한 마리만 따로 떼어 넓은 공간에서 산소와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하고 온도를 일정하게유지해 주면 그 올챙이는 스트레스를 안 받아 변태호르몬이 분비되지 않는다.

즉 개구리가 되지 못한다.

그냥 늙은 올챙이로 죽는다.

개구리가 나은지, 올챙이로 쭉 사는 게 좋은지는 각지 취향이겠지만....


이 실험이 말하는 것은 적당한 스트레스가 우리를 새로운 세상으로 가게 한다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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