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는 도무지 해결되지 않는 미움이 있었습니다. 미워했고, 분노했고, 온갖 비난을 퍼부었지만 사라지지 않는 미움이요.
그런데 제 마음이 커지면 그 상처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나를 미워해서 용서하지 못한 사람, 내게 상처 준 그 사람을 이해하게 되더군요.
그리고 이해가 깊어지니 그 사람이 과거에 나를 미워했던 그 미움, 지금 여전히 나를 미워한다면 지금 미워하는 그 마음까지 수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때의 수용은 이해에서 나오는 힘이 아니었습니다.
앎의 힘이었지요.
그 사람의 사정에 대한,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한 이해에서 오는 앎이 아니라, 상대방이 그 상황에서 겪은 고통의 크기에 대한 앎이었습니다.
나에게 상처 준 그가 겪었을 고통의 크기를 알게 되어서, 그 고통을 내가 마음으로 깨닫게 되는 거였어요.
제 상황을 예로들어 이해해 본다면, 제가 우울로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웠던 것처럼 나를 미워해서 상처 준 그 사람도 삶이 그토록 고통스러워서 그런 행동이 나왔구나 하는 깨달음입니다.
마음으로 이걸 알게 되면 마음이 바뀌더군요.
상대방도 나처럼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견디지 못할 고통이었음을 알게 되는 순간,
분노의 마음이 나를 향한 상대의 미움, 나를 미워한 그 사람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마음이 됩니다.
어쩔 수 없는 고통이, 얼마나 과격하고 모난 말과 행동을 하게 하는지 나 역시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워하는 마음은 나를 가장 먼저, 가장 많이 힘들게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고민합니다.
나를 위해 용서를 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도 없이 그냥 없는 사람, 없는 일로 치부해버리고 말 것인지요.
어렸을 때 저는 후자를 선택했었습니다.
그런데 묻어둔 상처는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용서하고 싶어졌습니다. 제가 자꾸 힘들어지니까요.
그런데 이상하더라고요.
용서하려고 마음먹을수록 용서하지 못하는 나 때문에 힘들어졌습니다.
마치 뜨거운 걸 알면서도 얼른 내려놓지 못하는 사람처럼 어리석어 보였어요.
그러다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도무지 용서가 되지 않는 상대를 용서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먼저 이해하고, 자신과 먼저 화해해야 한다는걸요.
그게 되어야, 상대를 이해하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사실, 자신과 화해를 하는 것만으로도 상처는 많~이 가벼워집니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그 상처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상대의 입장과 상황까지 이해하게 되면, 상처의 고통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합니다.
이때는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기억에는 남아 있지만, 더 이상 이 상처로 인해 내가 힘들지 않겠다는 확신 같은 게 생기는 거죠.
완전히 자유로워졌다는 착각이 들기도 하고요.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아주 잠깐, 마음이 아플 때가 있습니다.
다 괜찮아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경험이 낯설어지는 때가요.
상대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 그의 고통을 알고, 나를 향한 미움까지 수용하게 되면, 그 때 비로소, 마지막 남은 그 아픔까지 사라집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생각지도 못한 자유가 있습니다.
내 안에서 상처에 대한 기억마저 사라지는 완전한 해방감이, 그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