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이 하는 말

by 셀프소생러

부정적인 감정은 신체의 감각에 영향을 줍니다.

화가 나면 눈과 몸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낄 수 있잖아요.

슬프면 눈물이 쏟아지기도 하고, 아픈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기도 하고요.

이렇게 감정은 감각으로 느낄 수 있지만,부정적 감정은 대개 그 느낌이 크고 강렬해 감정을 느끼는 자체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게 합니다.

그래서 부정은 외면하기가 쉽습니다.

저는 특히 그랬던 것 같아요.

심장박동이 평소와 달라지는 게 싫고, 내 존재가 그 감정이 되는 것이 마치 나를 잃어버리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가만히 보면 긍정적인 감정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행복해도 너~무 행복하면 이 행복이 사라져 버릴까 봐 불안하더라고요.

감정은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지나치게 커질수록 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게 했습니다.

'긍정도 부정과 별반 다르지 않구나'

이 생각은 저로 하여금 부정을 다시 볼 수 있게 해 준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부정의 긍정적인 부분을 볼 수 있게 해 주었지요.

며칠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요즘 집에서 종종 스트레칭도 하고 있어요.

잠깐씩 짬을 내 실내운동을 하고요.

그날은 플랭크에 집중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조금 더 효과를 보고 싶다는 마음에 힘든 걸 버티며 '조금만 더 해보자'라고 저를 다독이고 있었습니다.

이마에 땀이 흐르고 몸은 후들거렸지만 간신히 버티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 저를 아이가 간단하게 밀어 쓰러뜨렸습니다.

아이의 마음은 "엄마 이제 그만해"였지만 저에게는 간신히 버티던 도전이 아이에 의해 무너진 것이었습니다.

순간 화가 나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화를 내게 되었습니다.

좋지 않은 표정과 격앙된 목소리로 아이에게 말을 했습니다.

말의 내용은 "누군가 열심히 하고 있는 땐 기다려줘야 한다"였지만 감정은 화를 내고 있었습니다.

아이와 이야기가 끝난 후 생각해 보았습니다.

순간적으로 화를 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습관처럼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날은, 내가 화를 낸 것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찬찬히 생각해 보니 그 화는 아이와 제 사이에 경계를 세운 것이었습니다.

"엄마가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을 때는 기다려 달라"는 경계였지요.

그 경계를 세우기 위해 필요했던 감정이 '화'였습니다.

'아, 화는 경계를 세우는 감정이구나'

그걸 알게 된 순간 저는 화가 나쁘다는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부정적 감정이 부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감정들은 나를 드러내는 데 필요한 감정이었습니다.

'화'는 내 경계를 세우기 위한 감정이고,

실망은 좌절을 통해 내가 지금 원하는 게 무엇인를 알려주며,

짜증과 신경질은 지금의 스트레스의 수위를 알려주는 감정이었습니다.

이렇게 부정은 실망, 짜증, 분노, 화, 지루함 같은 다양한 측면에서 내가 미처 돌보고 살피지 못한 나의 어떤 부분을 알려주는 하나의 '알림'이었습니다.

결국 부정이 하는 말은 긍정입니다.

'이런 너를 돌봐야 해.'

'네 스트레스가 지금 위험 수준이야'

'네가 지금 욕심을 부리는 게 아닐까?'

'그게 사실일까?'처럼 나를 돌아보게 하는 긍정의 말이요.

그러니, 긍정이 주는 선물에 감사하고,부정이 주는 알림에 귀 기울여야겠습니다.

그 부정이 결국 긍정으로 나를 이끌어 줄 테니까요.

지금 나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

오늘, 부정이 나에게 하는 말에 귀 기울여보세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를 가두는 상처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