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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려면

by 셀프소생러

"아... 저 사람은 옷이 너무 그렇다."

"그러게. 저거 안 어울리는데.. 다리가 너무 짧아 보이잖아 ㅎㅎ"

20대 직장인 시절, 친구와 명동거리를 자주 다녔습니다.

저는 회사가 을지로 입구, 친구는 서울역 근처여서 서로 만나기 좋은 위치가 명동이었습니다.

외적인 부분에 관심이 특히 많았던 때라 요즘 유행이 뭔지는 물론이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이런 이야기를 종종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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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남은 달랐습니다.

"아... 뭐야. 다리 왜 이렇게 짧아 보여." 예쁘다고 꾸미고 나왔는데 밖에서 보면 내 차림새가 영 별로인 것 같은 날엔 이런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때는 몰랐어요.

사람이 판단하던 말이 내가 나를 판단하는 말과 닮아있었다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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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우리는 남을 보듯 나를 보고, 나를 보듯 남을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남이 울면 나도 슬퍼지고, 남이 힘들면 그 힘듦을 나도 느낍니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남과 나의 경계는 현실적 구분에 있지 의식에서는 없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 판단은 왜 생겨났을까요?

적응하기 위해서입니다.

새로운 환경, 낯선 환경에 적응하려면 그 환경을 알아야 하고, 어떤 게 좋고 나쁜지, 어떤 게 위험하고 아닌지를 구분하고 분별할 수 있어야 잘 적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살기 위해 적응해야 합니다.


직장 생활을 처음 시작하던 그때를 떠올려볼게요.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일 때는 그 직장에서 내가 해야 하는 일,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맺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하나하나 판단하고 구분하면서 나만의 기준을 만들어갑니다.

'아...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고, 이럴 땐 이렇게, 저럴 땐 저렇게 하면 되겠다'

'저 사람은 이렇고, 이 사람은 이런 줄 알았는데 이렇고, 나는 이 사람이 좀 편하네...'


이런 앎이 생겨야 낯선 환경과 사람에 대해 서서히 적응해갈 수 있고, 적응을 해야 거기서 나름 즐거움을 찾으면서 또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판단은 분명 모르는 것을 알아가고 분별해 가는 과정에서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이 판단은 양날의 검과 같아집니다.

나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관계를 그르치거나 나를 가두는 틀이 되기도 하는 거죠.

처음엔 의식적으로 노력했던 것이 이제는 습관적으로, 자동적으로 일어날 때가 그렇습니다.


나와 상관없고 내가 살아가는 것과 상관없는 상황, 사람, 관계에 대해서 계속 판단을 하는 것이지요.

직장 안에서만이 아니라 길가는 사람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연예인들의 삶을 보면서도 수시로 판단을 하게 됩니다.

내 안에도 많은 틀이 생겨나고요.


다리가 짧은 사람을 보고 비웃는다면 내 다리가 짧아 보이는 날의 나 역시, 별로인 것처럼 보이고 못마땅해집니다.

코트를 입으면 폼이 난다고 생각했다면 코트만 걸치면 내가 괜찮은 사람처럼 느끼게 되지만 코트를 벗으면 왠지 내가 별로인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인식에 따라 내가 달라집니다.

그리고 이 인식은 보통 내가 아닌 남을 통해 형성하게 됩니다.

나에 대한 자기 인식 역시 내가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라 나를 보는 누군가에 의해 생겨났습니다.


그러니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보고 싶다면 남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건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요?

내가 남을 판단하지 않아야 합니다.

저는 이걸 알고 남을 판단하지 않으려고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연습을 할수록 깨달은 것은 내가 남을 판단하지 않는 방법이 아니라 그동안 내가 남을 얼마나 많이 판단하고 살았는지였습니다.

어떤 상황이나 사람을 보면 인식하기도 전에 그냥 자동적으로 판단이 떠올랐습니다.

그만큼 저는 많은 틀을 가지고 있었던 거죠.


남은 가끔 볼 수 있으니 괜찮습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은 매일 봐야 하니 그 틀에 가장 많이 부딪히는 사람은, 결국은 자기 자신이 됩니다. 내가 만든 틀이 나를 가두는 것입니다.


남이 나를 판단하는 게 싫으신가요?

그렇다면 내가 먼저 남에 대한 판단을 내려놓아보시면 어떨까요?

언제나 문제의 해결점은 '나'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매일 부딪히는 관계라면 판단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처럼 판단이 많은 분이시라면 앞서 말씀드린 대로 거의 자동적으로 일어나실 테니까요.

이럴 땐, 나와 전혀 관계없는 타인에게 일어나는 판단을 먼저 멈추어 보세요.

나와 전혀 관계없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내 판단을 멈추어 보는 겁니다.

연예인 기사를 읽거나, 길가는 사람을 보고 판단이 생길 때 그걸 내려놓는 겁니다.

나도 몰래 판단하는 생각이 들면 그 생각을 계속 이어가는 게 아니라 '내가 또 판단하고 있구나'를 알아차리는 겁니다.


그렇게 내가 가진 틀에 부딪히다 보면 그게 얼마나 나를 불편하게 했는지 서서히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때부터는 판단이 줄어듭니다.


무엇보다 내가 좋고 가치 있는 걸 얻게 됩니다.

내가 판단을 하지 않으니 남이 나를 판단한다는 생각을 잘 안 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내가 자유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나에 대한 판단에서, 남에 대한 판단에서 전보다 훨씬 자유로워집니다.


지금 타인의 시선이 고민이시라면, 또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롭고 싶으시다면 꼭 한 번 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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