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요즘 세상 무서워"
뉴스를 보기가 무섭다는 친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가장 무서운 세상, 그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방법은 나도 날을 세우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같은 냉철함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나를 함부로 대하는 세상에는 소심한 복수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날을 세웠다. 버스에서 누가 나를 밀면 인상이라도 써야 직성이 풀리고, 짜증이라도 내야 세상 앞에 내 존재가 바로 서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삶의 터전인 직장에서는 성과에 날카로워졌고, 웃는 얼굴로 서로를 경계해야 했던 관계에서는 여린 내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날카로워졌다. 그렇게 나는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삶을 살았다.
늘 싸울 준비가 된 사람, 그게 나였다.
그렇게 살다 보니 삶이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하는 일마다 꼬이고 만나는 사람마다 트러블이 생겼다.
하다못해 물건을 하나 살 때도 억울함을 경험했고, 친하던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사소한 일로 날선 말들이 오고 가기 시작했다. 늘 싸울 준비가 되어있었으니 일상이 싸움이 된 것이다.
삶이 피곤해졌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도 못했다. 이미 날을 세우는 것이 나를 지키는 방법이자 사람들이 나를 우습게 보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에, 가만히 있으면 내가 바보가 되어 버리는 것 같았다. 좋은 일이 있으면 좋지 않은 일도 생기기 마련이건만 나의 삶은 매일이 갈등의 연속이었다.
늘 지치고 힘든 삶, 그게 나의 삶이었다.
힘든 몸을 이끌고 터덜터덜 집으로 가는 날이었다. 빨리 집에 가 쉬고 싶었지만 먹을 것이 없었다. 뭐라도 사야겠다고 들른 마트에서 잘 포장된 만두를 보았다.
'귀찮은데 만둣국이나 끓여먹을까?'
가볍게 먹고 쉴 수 있겠다는 생각에 흐뭇한 마음으로 냉동실 문을 열었다. 가득 쌓인 만두 중에 맨 위의 것을 빼내는 순간 만두가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아... 이건 또 왜 이래"
쏟아진 만두를 다시 쌓았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지만 나는 짜증스러웠다.
그리고 묘한 서러움이 밀려왔다.
'내 인생이 왜 이렇게 힘든 거야...'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아까보다 무거워져있었다.
대충 끓인 만둣국을 앞에 놓고 자리에 앉았지만 아까의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나는 계속 마음이 답답하고 불편했다. 어디서 왔는지 모를 서러움이 또 느껴졌다. 그제야 나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마음속 어린 내가 보였다. 사람들에게 무시당할까 봐 날을 세웠던 나, 상대의 불쾌함을 나에 대한 공격이라고 생각하며 응수했던 내가 보였다.
세상이 나를 힘들게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 마음이 나를 힘들게 하고 있었다.
내가 즐거우면 세상도 즐겁고, 내가 힘들면 세상도 힘들어지는 것이었다.
세상은 그렇게 내 마음에 따라 달라지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