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어떻게 대하는가?

by 셀프소생러

나를 잃어버린 채 유지하는 관계는 오래 버티기 어렵다. 겉으로는 무난하게 잘 지내는 관계라 해도. 좋은 관계는 나를 존중하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나는 오랫동안 ‘남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내 마음을 뒤로 미뤄두며 살아왔다. 남에게 맞추고, 남을 먼저 챙기고, 싫다는 표현은 되도록 감췄다. 덕분에 관계는 평탄해졌지만, 이상하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점점 지쳐갔다.


돌아보면 이유는 단순했다. 그 관계 속에는 내가 없었기 때문이다. 함께 웃고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내 마음을 뒤로 한 채 상대의 감정만 살피며 관계를 이어가다 보니 함께 있는 시간 동안 쌓인 건 뭔지 모를 불편함과 허전한 마음뿐이었다.


처음에는 그게 내성적인 성향 탓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그게 아니었다. 내가 아닌 타인의 말과 감정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나는 관계 속에서 나를 소외시켰던 것이다. 그리고 그 소외감이 나를 더 외롭게 만들었다.


사회 초년생 시절 함께 일했던 선배가 퇴사하면서 말했다. “나 되게 힘들었거든. 근데 네가 있어서 버틸 수 있었어.” 따뜻하고 고마운 말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놀라웠다. 선배에게 내가 그 정도로 의지가 되고 있었다는 걸 정작 나는 전혀 몰랐으니까.


왜 나는 그걸 몰랐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건 내가 늘 ‘남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였다. 내가 생각하는 '괜찮은 나'는 상대가 불편해하지 않는 상태의 나였다. 그래서 선배가 나를 의지했던 마음이 나에게는 그저 "괜찮은 우리 사이" 그 이상의 의미가 되지 못했던 것이다.


남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내 마음이 깨닫지 못한 것은 그들의 고마운 마음만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관계에서 멀어지지 않기 위해 외면한 내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퇴근길 버스 창문으로 마주하는 나는 늘 무표정했다. 하루 종일 다른 사람의 기분을 살피고, 힘듦을 알아주고, 고민을 상담해 주며 진이 다 빠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를 대하는 태도는 남을 대하는 태도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외로워지기 싫어서 스스로를 외면했던 나는 결국 나를 피하듯 남들을 피하기 시작했다. 회식자리는 물론이고 사직인 자리도 거절하면서 퇴근시간이 가까워지면 약속이라도 있는 것처럼 매일 바쁜 시늉을 했다. 그렇게 나는 서서히 사람들과 멀어져 갔다.


나를 먼저 존중하는 건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다. 오히려 건강한 관계를 지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태도다. 내가 나를 귀하게 대할 때, 타인에게도 진심 어린 존중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관계는 기대어도 무너지지 않는 단단함을 갖게 된다. 좋은 관계의 시작은 결국, ‘나와의 관계’를 바로 세우는 데서 시작된다.


오랜 시간을 거치며 내가 깨달은 것은, 나를 힘들게 하면서까지 좋은 사람이 될 바엔, 행복한 나쁜 사람이 낫다는 것이다. 불행한 좋은 사람은 오래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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