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울이 계속될 때 이렇게 해보세요.

by 셀프소생러

우울은 반갑지 않은 느낌이지만, 쉽게 만날 수 있는 감정입니다.

정말 먹고 싶은 음식을 못 먹어도 우울해질 수 있고, 하고 싶었던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우울해질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는 실망이 되기도 하는 작은 일들이 나에게는 우울한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내가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자잘하고 사소한 일이었다고 해도 그런 기분을 많이 경험한 상태여서 그럴 수도 있고, 내 신체리듬이 바뀌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작은 감정이라도 쌓이면 커지고, 마음은 몸을 따라가기도 하니까요.

일상의 작은 감정들은 너무 작아서 그 순간에는 대수롭지 않게 느껴집니다.

'됐어. 괜찮아'라고 넘길 수 있는 수준인 거죠.

정말 괜찮을 수도 있고, 의식에서는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감정은 남아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씩 내 안에 남은 큰 감정들을 만나야 할 때가 있습니다.

유쾌하지 않지만 피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감정은 표출되기 전까지 사라지지 않으니까요.


우리는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며 살고, 우울도 그중 하나일 뿐입니다.

현실에서 힘든 부분이 있지만 그걸 내 힘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 우울은 길어집니다.

뭔가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막연함은 그 일이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을 주지요.

그럼에도 이런저런 나름대로 시도를 해보지만 그마저 안되면 더 막연해지고 힘이 빠지니 주저앉고 싶어 집니다.

그러면서 우울은 깊어지기 시작합니다.


제 경험으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독박육아를 했습니다.

남편이 아예 안 도와준 건 아니지만 일찍 출근하고 늦은 밤시간 퇴근했었고, 주말에도 일을 했기에 도와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몸도 지치고 마음도 지쳤는데, 쉴 수도 없고, 포기할 수도 벗어날 수도 없었지요.

산책이라고 가면 좋으련만, 겨울에 태어난 아이는 감기약을 달고 살아서 데리고 갈 수가 없고,

낮잠 잘 때 잠깐 다녀올까 싶었지만 예민아이라 낮잠시간에도 종종 깨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계속되는데, 해결방법이 없었던 거죠.


이때, 아이 잘 때 자고, 아이 없는 방에 음악이나 방송을 틀어놓고 수시로 제가 좋아하는 음악이든, 영상을 즐기거나 아이 방 옆 베란다에 테이블을 놓고 풍경 보면서 차와 음악을 즐겼더라면 좋았을 것입니다.

최대한 육아용품과 유아식에 도움을 받고, 청소도 좀 덜하고요.

첫 아이라고 너무 육아에만 집중하다가 저를 돌보지 못해 우울이 깊어졌습니다.


우울이 나보다 커지면 그때부터는 뭘 해도 내 마음 밑바닥에 우울이 남아있습니다.

누굴 만나 즐겁게 이야기하거나 일에 집중하다 보면 그 순간은 우울을 잊어버릴 수 있지, 만남과 일이 끝나면 잠깐의 여유와 쉼에도 슬쩍 또 우울이 찾아옵니다.

처음엔 어떤 좋지 않은 생각과 함께 찾아오기 때문에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또 우울은 더 깊어지고요.


제 경험으로 보면 깊어진 우울상태에서는 스스로 나오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우울이 자꾸 반복되어 어려움이 있다면 그때부터 우울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합니다.

다른 일과 관계는 좀 소홀히 하더라도 말이에요.


저에게 도움 되었던 방법 중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해 드릴게요.


첫 번째는, 그게 무엇이든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가장 최소한만 하기입니다.

일, 활동, 행동, 관계는 최소한만 하면서 내 마음을 먼저 돌보는 겁니다.

무엇에 지쳤는지, 뭐가 힘든지 하나하나 내 마음을 살펴보는 것이지요.

글로 적어보아도 좋고, 나와 나누는 대화식으로 해도 좋습니다.

대화는 거울을 보면서 해도 좋고, 나를 대신해 줄 어떤 매개물(인형, 장난감, 내 소지품 뭐든)을 선택하셔도 좋습니다.

이렇게 내가 나를 알아주고, 쉼을 제공해 주는 시간이 있어야 앞으로의 시간도 잘 보낼 수 있게 됩니다.


또 하나는, 생각 단순화 시키기입니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데 너무 고민하다가 자칫 그 문제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걸 막기 위해서입니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지 못하도록요.

'지금 해야 하는 일 그것만 하자'는 마음으로 집중하면 지금 문제에서 벗어난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복잡하던 생각을 멈추면 단순함이 주는 가벼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즐거움을 알게 되면 다음부터는 집중하는 일이 비교적 쉬워집니다.

사실 어떤 방법이든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나를 돌보는 일이니까요.


나와 별로 맞지 않을 것 같더라도 한 번 해 보시길 권합니다.

안 맞다고 생각돼도 해보시라는 이유는 그 안 맞는 방법을 해보면서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고 싶은 욕구가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많은 방법들을 시도하고 실패하면서 깨달은 것은 누가 알려준 정답이라 해도 안 맞을 수 있고, 정답은 맞지만 나에게 맞는 시기가 지금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누구보다 나를 먼저 돌보아야 합니다.

세상도 내가 있기 때문에 나에게 존재하는 곳이니까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세상이 나를 흔들 때 이렇게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