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우울증으로 꽤 오랜 시간을 힘들게 보냈습니다.
우울증에서 벗어나겠다고 마음먹으면서 나를 위해 다짐한 것 중 하나가 나를 미워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나를 미워하는 데 내가 행복할 수 없고, 우울해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울증으로 힘들어지기 전까지 저는 제가 '나'라는 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유아교육을 전공했지만 저에게 와닿지 않았던 이론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우울증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정신분석 이론의 창시자 프로이트는 인간의 성격(인격, 정신) 구조를 원초아, 자아, 초자아로 설명했습니다.
한 사람의 인격 안에는 원초아, 자아, 초자아가 있으며 이 세 자아는 서로 상호작용을 한다고요.
이미 알고 계실 수도 있지만 간단하게만 살펴보겠습니다.
원초아는 성격의 가장 원초적 부분으로 본능에 충실한 나의 자아이며, 초자아는 성격의 사회적 구성요소로 양심과 자아이상에 충실한 나의 자아입니다.
원초아와 초자아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조정하고 현실적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결정짓는 자아(ego), 우리가 평소에 나 자신이 있습니다.
결국 '나'라는 존재는 이 세 자아로 구성된 복수인격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갈등과 긴장은 경험하는 것이 불가피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원초아와 초자아가 일으키는 갈등을 자아가 잘 조율해가면 내가 편안함을 느끼겠지만, 어느 한 자아의 영향력이 과하게 커지면 나는 고통스러워지기 시작합니다.
원초아가 너무 비대해지면 욕구와 본능에 충실한 내가 되고, 초자아가 너무 비대해지면 유연성이 없고 부도덕한 행동에 대해서는 참을 수 없는 내가 되는 식으로요.
내 안에 초자아가 강해지면 나의 실수나 잘못에 너그럽지 못하고 나를 비난하거나 질책하게 됩니다.
저의 우울은 초자아가 강해진 결과이기도 했습니다.
균형을 잃은 것이지요.
만약 어떤 일을 계기로 내가 미워진다면 일단 그 마음을 참아보세요.
지나치게 과해진 나의 초자아에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겁니다.
그러고 나면 내가 보입니다.
무엇이 싫은지, 또 무엇이 마음에 안 드는지 나에 대해 알 수 있어요.
내가 나를 이해하게 되면 내가 미웠던 마음도 쉬이 가라앉게 됩니다.
마음이 평온을 회복하게 되지요.
일단 참아보세요. 멈춰보세요.
그렇게 한 방향으로 달리는 생각과 마음에 쉼을 주는 것이 나를 위한 시간을 마련하는 시작이 됩니다.
나에게 나는 마지막 남은 보루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나에게 나는 모두가 나를 떠나도 남는 마지막 사람이고요.
그러니 모두가 나를 미워해도 나만은 나를 미워하면 안 돼요.
세상에 아무도 없어도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 나는 나에게 그 한 사람이 되어 주어야 합니다.
언제나 나에게는 든든한 내 편이 되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