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에게 #1

“가늠하라”

 에라토스테네스는 기원전 3세기경 고대 그리스의 저명한 수학자이자 지리학자로, 지구의 크기를 측정한 최초의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비슷한 시기, 한반도는 고조선이었다. 그는 지중해 너머에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관장으로 재직하면서 천문학과 분야에도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그는 지구의 둘레를 측정하기 위하여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와 시에네(현대의 아스완) 두 지역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당시 시에네에서는 하지일 정오가 되면 태양빛이 우물 바닥까지 곧게 비추어,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이는 태양이 정확히 머리 위에 위치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반면 같은 시각 그가 있던 알렉산드리아에서는 기둥에 그림자가 드리워졌으며, 이를 통해 에라토스테네스는 태양 고도의 차이를 측정할 수 있었다. 에라토스테네스는 알렉산드리아에서 관측한 태양 고도의 차이를 약 7.2도, 즉 360도의 1/50로 계산하였다. 그는 또한 알렉산드리아와 시에네 사이의 거리를 약 5,000 스타디아로 추정하였다. 이러한 관측치를 바탕으로 그는 다음과 같은 비례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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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360=5,000 스타디아/지구 둘레

 이 비례식을 통해 산출한 지구 둘레는 약 250,000 스타디아에 이르렀다. 스타디아의 정확한 길이에 대한 이견이 존재하나, 이를 현대적 단위로 환산하면 대략 39,400km에서 46,250km에 해당한다. 이는 실제 지구 둘레인 약 40,075km와 상당히 근접한 수치이다. 그러나 에라토스테네스의 계산에는 몇 가지 전제가 포함되어 있다. 그는 지구가 완전한 구형이라고 가정하였으나, 현대 과학에 따르면 지구는 적도가 약간 불룩한 타원체에 가깝다. 또한 알렉산드리아와 시에네가 동일한 경도상에 위치한다고 가정하였으나, 실제로는 약간의 차이가 존재한다. 두 도시 간 거리 측정 역시 완벽히 정확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라토스테네스의 측정은 고대 과학의 정밀성과 창의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한 도서관 관장이 기둥의 그림자로부터 엇각과 비례식이라는 단순한 계산을 통해 지구를 가늠했듯, 작은 일로 큰 꿈을 일구어 나가는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