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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해방일지 #2, 추앙 [리뷰]

<가득 채워지도록...>

by 춘고


<나의 해방 일지 2화 中 마지막 대사>


" 왜 매일 술 마셔요?


할 일 줘요?… 술 말고 할 일 줘요?


날 추앙해요.


난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어.


개새끼 개새끼.. 내가 만났던 놈들은 다 개새끼..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가득 채워지게..


조금 있으면 겨울이에요, 겨울이 오면 살아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렇게 앉아서 보고 있을 것도 없어요, 공장에 일도 없고...


낮부터 마시면서 쓰레기 같은 기분 견디는 거.. 지옥 같을 거예요.


당신은 어떤 일이든 해야 돼요.


난 한 번은 채워지고 싶어.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사랑으론 안돼.


추앙해요. “




‘추앙’


그동안 드라마에서 들어 본 대사 중 가장 신선했고, 가장 절박했던 대사다.


‘추앙’이라는 단어 자체를 최근 언제 들어봤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말 실생활에서 쓰지 않는 단어인데, 뜬금없이 나와서 꽤 충격이었다.

단어가 계속 머리속에서 맴돌아, 한참을 도대체 왜 저 대사가 나오게 되었는지 생각해봤다.


흔한 드라마나 영화들에서 다루는 사랑이란 감정은 어떤 '무한한 동력'을 가진 것처럼 묘사되어 왔고, 절대적이며 궁극적인 이상향의 감정으로서 '사랑'을 묘사하지만, 등가교환의 법칙 차원에서 보면 사랑이라는 것도 엄밀히 감정의 인/아웃풋의 교환이며, 꾸준한 노력을 들이지 않는 이상 영속적이지 않다.


다시 말해서, 사랑이라는 감정 역시 산술적인 계산 상, 서로 가장 이상적인 관계를 유지한 상태일 때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로부터 감정적 이득을 볼 수 있는 내적 북돋음인 것인데..,

이 원리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마중물'처럼 필연적으로 최초의 감정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추앙에는 그런 것들이 필요치 않다. 조건 없는 믿음이며, 존재로서의 숭배다.


아마도 이 드라마의 주연(염미정)의 내적 기아 상태, 더 이상 소비할 감정의 여력도 남지 않은 절박함으로부터 구원해 줄, 어떤 조건 없는 믿음을 갈구하는 단어였던 것 같다.


'추앙'... 이 한 단어의 강렬함은, 그동안 수많은 매체들이 만든 사랑이라는 감정의 허구성과 한계를 드러나게 만들 명대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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