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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일종의 반항일까, 어쩌면 작은 복수일까?[일상]

<억눌림은 어딘가로 새어나가게 되어 있지>

by 춘고

잠꼬대와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정확하게는 욕설과 포효를 하며 잠에서 깨어났다고 할 수 있다.


몇 시간 지난 지금에 와서는 꿈의 내용이 흩어져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략 모아보면 이렇다.

집 안 인테리어 관련으로 아내가 지령을 내렸다.

2층의 한쪽 벽면과, 1층의 계단 주변 벽면에 어떤 양식으로 인테리어를 하는 중이었는데.. (생채기처럼 남은 기억으로는 약간 전시장 비슷한 분위기로 꾸미는 것 같은?)

중간에 뭔가에 막혀 잘 모르는 지점이 생겼고, 언제나처럼 아내의 의사를 물어보려고 전화를 했다.

아내는 2층 침대에 누워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니까.. 나는 1층에 있었으니 대략 10초쯤 소비하여 계단만 올라가서 바로 물어보면 되는 거였는데 왜 전화를 굳이 한 건지는 모르겠다.)


아내가 전화를 받았길래 물어보았다.

"여기 인테리어가 어쩌고 저쩌고 해서 잘 안되는데 어떻게 해야 해?"

그러자 아내는

"아까 알려 줬잖어, 알아서 해봐~"

그렇게 대화는 끝이 났는데, 문제는 통화가 아직 완전히 끊어지지는 않았던 것이었다.

나는 수화기를 계속 귀에 대고 있었는데, 아내가 다른 휴대폰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것이 느껴졌다.

잠시 후 의문의 인물이 전화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 인물에게 아내가 말했다.

"아니 내가 알려줬는데도 모른다고 하잖아.어쩌고 어쩌고..."


한마디로 누군가에게 내 흉을 보는 듯한 뉘앙스가 느껴져서 머리끝까지 화가 난 나는 바로 따져 물으려 계단을 성큼 뛰어 올랐다.

그리고 호기롭게 방문을 쾅하고 열어젖히며 아내에게 외쳤다.

"아니 나는 이렇게 혼자 열심히 하는데, 자기는 침대에 누워가지고 이래라저래라 명령만 내리고 이거 뭐냐고~!!"

그렇게 큰소리치고 나서 갑자기 내가 허공에 막 욕설을 퍼붓더라?ㅋㅋㅋ

뭔가 가슴에 맺혔던 한을 모든 대기권에 발산하듯... 조금은.. 아니 꽤나? 통쾌한 느낌으로 진짜로 시원한 욕설을 퍼부었다.

(근데 재미있는 건 그 와중에 아내의 눈을 피해서 허공을 바라보며 욕 하는 게 포인트)

한 가지 더 기억나는 장면은 신고 있던 슬리퍼를 인테리어 중인 벽에 집어던진 거..ㅋㅋ 아 소심하다 소심해(절레절레)


그렇게 욕설을 하는 와중에 정신은 차원을 넘어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왔고, 나의 입은 실제 욕설을 발성하며 잠에서 깼다.

뭔가에 눌려서 잤는지 피가 안 통했는지 팔이 저려서 팔을 움직일 수 없었다.

옆자리에 아내는 없었고, 주방에서 아침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잠시 몇 초간 멍~해 있다가, 정신이 이내 돌아왔다.

그러자 이 모든 상황이 한 순간에 정리가 되며 혼자서 단 한마디 탄식처럼 뱉어냈다.


"아.... 이거.. 억눌린 거다."

그리고서는 혼자 막 웃었다는 오늘 주말 아침의 이야기


(여담, 아내에게 이 꿈을 말해줬더니, 역시나 자신에게 무엇이 그렇게 억눌렸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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