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멍 하거나, 눕거나, 센치하거나, 아무 때나 쓰인 메모들의 파편
22년 10월 13일, 아침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웃긴데 짜증 나는'이 기분을 딱히 표현할 일상어를 알지 못해서 하나 만들어보면 '웃쯩나'쯤 될까?
아침에 출근하여 업무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사장(70대 중반)이 날 불러 세우더니 뜬금없이
"시간 참 빠르지? 그게 사는 거란다."라는 말을 하대?
농밀한 가을의 선선한 아침공기 마시며 혼자 사무실에 앉아 홀짝홀짝 커피 마시고 있노라니 어딘가가 좀 센치해지셨나?
갑자기 나에게.. 그게 사는 거라며 정의를 내려주네?
그래그래~ 무슨 무협지의 육십갑자 고수들처럼 그렇게 산신령 같은 말. 좋지 좋아~
사실 내가 이 인물을 처음 보았을 때, 그가 무슨 논문 쓰시는 분인줄 알았지.
그다지도 입에 욕을 달고 살길래, 요즘 연구논문으로 골몰하는 주제가 욕에 관련한 건가도 생각했었는데, 어쩜 그렇게 이퀄(equal)로써 많은 존재를 증명하시던지...
그동안 이 귀하의 옆에서 내가 보고 들은 바, 꾸준히 연구하시던 '이퀄'로써 증명해 낸 업적들을 말해 보자면...
우선 기본적인 탐구자세로서 '씨'앗의 '발'이란 말을 입버릇처럼 달아둬야 하며, (그 씨발이 긴 발인지 짧은 발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세부적 연구내용으로는..
자고로 사람은 무릇 강아지와 같고,
또한 사람은 매운맛을 가진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가지과의 한해살이풀의 열매와도 동일하며, 가끔 이 열매의 다른 말로 남성의 생식기와 치환하기도 한.. (실 생활에 적용해보면 - 이 X 같은 호모 사피엔스야. 라고 사용할 수 있더라.)
저 자신으로부터 근원이 되어 잉태된 본인의 종자(과장)에게도 순간 본인의 기분과 과학적인 바이오 리듬에 따라 '강아지의 후손'과 동일했음을 이퀄의 법칙으로 논증해 내는데..
(즉 자신의 종자를 정의하는 논증방식을 성공적으로 펼쳐냄으로써, 에둘러 자기 자신 역시 하나의 생물학적 종이었음을 증명하는 부차적 증명이 되기도 한다. 아마 이 정도면 다윈도 울고 갈...)
그러다보니 이 인물에 대한 유명세는 읍내에 나가보면 실감할 수 있는데, 이름만 들어도 혀를 내두르며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유명인사인 데다, 배우자를 비롯하여 피를 나눈 모든 가족들도 끝내 그의 존재성의 압박을 감당하지 못해 포기하거나 등을 돌릴 정도의 오오라의 가진 분이신데..
이렇게 지금, 친히 나의 삶을 청명한 가을아침 출근 댓바람부터 정의내려 주시니..
그래 이 귀하의 말대로..
"시간은 자~~알 가니, 그게 사는 거지..."
...는 개뿔이다.
우리 계에서 시간은 피동이지 능동이 아니오, 그저 가만히 있어도 먹는 게 시간이고 나이라구.
단지 오래 살았다고 누가 누구의 삶을 정의하나.
웃쯩나네..
22년 10월 14일, 점심
점심으로 짜장면을 주문했다. 다른 한 사람은 간짜장을 주문했는데 간짜장은 2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하다 하여, 간짜장을 먹고 싶어 하는 그를 위해 나도 간짜장으로 바꿨다.
그런 이유로 이번에 다시 간짜장을 먹어보니,
흔히 간짜장은 짜장의 상위호환적 메뉴로서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는 게 보통인데, 그도 그럴 것이 일단 더 비싸고, 주문 후 바로 볶아서 내니 손도 더 많이 간 데다, 지역에 따라서는 계란프라이까지 올려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매번 간짜장을 먹을 때마다 느끼는 건.
마치 카레와도 비슷한데, 카레도 바로 만든 것보다 카레소스에 야채맛이 더 깃든 2~3일 숙성된 카레가 더 맛있는 것처럼, 짜장도 바로 볶아 야채가 생생한 간짜장보다 약간이라도 더 숙성된 보통짜장이 야채도 더 잘 녹아있고 좀 더 진득함 있는 바디감이랄까? 아무튼 간짜장보다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물론 이건 개인 취향이겠지만, 나는 간짜장 보다 보통짜장이 더 상위 음식이라 생각한다.
그냥 그렇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