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됨'이란 무심히 드러나는 것>
23년 2월 8일 오전
인터넷을 하다 보면 '거의 언제나' 의도치 않은 정보들까지 접하게 된다.
그러한 정보들 중 대세 걸그룹 멤버임에도 그에 관한 댓글에는 부정적인 말들이 오가는, 소위 안티를 꽤 보유한 인물이 있었다.
그 바닥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내가 알기로, 그는 현 시점 K팝 걸그룹 가운데에서도 탑 급의 위치이고 그만큼 빛나는 외모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에 반해 안티의 의견들도 적지 않음을 전부터 꽤 여러차례 보아 왔는데..
그의 경우에는 조금 특이하게도 부정적인 이유가 어떤 도덕적인 미숙함으로부터가 아니라, 대체적으로 예쁜 애가 예쁜 척한다, 소위 말해서 여우짓한다... 였다.
뭐 예쁜 애가 예쁜척하는 게 잘못이겠는가? 하지만 세상의 많은 부정적인 의견은 어떤 허술한 틈을 타고 들어와 그 의도와 감정이 변질되는 것을 여러 번 보았기에, 이에 관한 근본적인 부분 역시 잠시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었다.
일상에서 사람들은 타인을 도덕적으로 판단하기 이전에 시신경이 명령하는 압도적 감각을 바탕으로 외모만으로 타인의 도덕성과 호감을 판단하는 경우를 흔히 접한다.
내 생각에는 이러한 경향성이 거의 본능적인 수준의 습성 같은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도 이런 식의 감정들이 내면에서 꿈틀거릴 때마다 반복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고는 있지만,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럼 점에서 댓글 내용에서도 유추했을 때, 해당 멤버에 관한 부정적인 평가도 그가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이 대중에게 어떠한 반감을 주기 시작하면서 트리거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 내 판단에는...
예쁜 척, 여우짓을 했다는 이유가 그 멤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것이 아마도 맞다면, 왜 그렇게 되었을까라는 궁금증과 안티팬들의 의견을 옹호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한 가지 연상되는 개념이 있어 어설프게나마 기록해 보련다.
이탈리아 말 중에 '스프레자투라(Sprezzatura)'라는 말을 주워들은 적이 있다.
대략적인 뜻은 어려운 일을 해냈을 때, 그에 관한 노력이나 골몰했던 모습들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도록 하는 무심한 태도를 말하는데, 한마디로 결과에 대한 행위적 레퍼런스를 능숙히 숨기는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집을 나서기 전에는 여러 벌의 옷을 꺼내어 피팅도 해보고, 수없이 거울을 보며 자신을 점검했음에도 집을 나선 후부터는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것인데.. 자신의 노력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연출하는 방식이 더 세련되게 비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일상에서 흔히 촌스럽다고 느낄 수 있는 예로
향수를 직설적으로 사용할 경우 또는 옷차림 자체는 조화가 없으나 전신에 가격표라도 붙여 놓듯이 상표가 덕지덕지 보이도록 입는 것이 그런 것일 게다.
이러한 흐름을 앞서 말한 걸그룹 멤버에게 적용했을 때 '자신이 예쁘다는 것을 스스로 모르면서도 아는 척' 그러한 자연스러운 연출에서 서툴렀었는지 대중들로 하여금 그 멤버가 어딘가 촌스럽게 비쳤거나, 또는 잘난 체하는 것으로 오해를 샀거나 하여, 부정적인 댓글이 달리게 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악플을 다는 행위를 혐오하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예측해보자면...;;
어, 뭐 그렇다고 해서 내가 촌스럽지 않은 건 아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