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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검사 전 약 안 먹고 간 사람처럼, 내가 던진 글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다.


며칠 동안 고르고 고른 글을 담아서,

나름 진지하게 접수했다.


결과는?


정중하고 다정한 말투의 탈락 통보.

“아쉽게도 모시지 못했습니다.”


짧은 그 문장을 몇 번이나 읽었다.


그때는 살짝 서운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솔직히 좀 웃기다.


왜냐하면,

그 글이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장검사 전에 약 안 먹고 간” 상태였기 때문이다.


진짜다.

글 속에, 내 마음이 다 정리되지도 않았고,

문장은 왔다 갔다, 감정선은 어수선.


내가 봐도

“이건 뭐야?” 싶은 일기장 같은 글을

“작가” 신청서랍에 조심스럽게 넣어 제출했으니


그 용기 하나는 인정해야지,

나도 참 대단했다.


나 참. 똥베짱이었네.


그땐 글이란 게

그냥 솔직하면 다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솔직함도

정리가 되어야 전달이 되는 법이다.


독자 입장에서는,

그 속을 이해할 수 있어야 공감도 하고 울림도 생기니까.


마치 장검사 하러 가기 전에

약 먹고 속을 싹 비워내야

제대로 검사할 수 있는 것처럼,


글도 속 비우고 써야 한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되었다.


그래도 기분은 묘했다.


그 탈락이 나를

기분 나쁘게 하지 않은 게 더 신기했다.


오히려 더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런 감정은 오랜만이었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약도 잘 챙겨 먹고, 속도 비우고,

차분히 천천히,

내 안을 들여다보는 글을 쓰고 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내 글도 누군가의 마음속을

조용히 톡톡 두드리는 날이 오지 않을까.


나의글정원에서, 글을 닦는 밤에.



#작가도전 #자기성찰 #나의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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