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거:
(그림 도구를 만지작거리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 아들의 칼끝이 민족을 향했을 때, 그의 마음은 이미 수만 번 베어졌을 겁니다. 그림을 그릴 때, 가장 선명한 색 하나를 얻기 위해 배경 전체를 어둠으로 덮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안님은 광기라고 하셨지만, 저는 그것을 ‘선택’ 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세상이 정해준
거대한 도화지가 아니라, 자기 가슴속에 핀 이름 모를 들꽃 한 송이를 지키기 위해 도화지 자체를 찢어버린 거죠.
배신이라는 이름의 먹물이 온몸에 튀어도, 그는 그 순간만큼은 ‘누구의 아들’도, ‘어느 민족의 전사’도 아닌... 오직 ‘자기 자신’으로 존재했을 겁니다.
사랑은 우리를 가장 이기적으로 만들지만, 동시에 우리를 가장 솔직하게 만드니까요. 비극적인 건, 그 솔직함의 대가가 너무나 가혹하다는 사실이겠지요.”
호스트:
(두 분의 이야기를 듣고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한 필사적인
선택... 조금 모호하긴 하지만 결국 그 아들은 사랑을 얻은 게 아니라, 사랑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소용돌이에 자신을 던진 것 같군요.
그런데 여기서 궁금해집니다. 그렇게 모든 것을 버리고 선택한 사랑이, 만약 영원하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요? 민족과 아버지를 배신하고 얻은 그 사랑이 식어버렸을 때, 그 아들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는 그 허무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스텔라님은 이 위험하고도 치명적인 연인의
사랑을 어떻게 보시나요?
그 아들이 모든 것을 걸고 선택한 그 감정의 끝에서
진짜로 만나는 것은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