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수선 Aug 24. 2021

내가 사라진다면

내가 사라진다면?


이 가정은 참으로 부질없는 것이다. 자의식이 너무나도 과한 가정이기 때문이다. 내가 사라지든 말든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가족들과 지인들은 -아마도- 슬퍼할 것이고 내가 일하던 가게는 일주일에서 한 달 정도 고생을 좀 하다가 새로운 아르바이트생을 뽑을 테다.


반대로 내가 여전히 존재한다면?


이 역시 부질없다. 내가 사라지는 것이 부질없다면 나의 존재 역시 부질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계속 삶을 이어나가다가 사라지더라도 지금과 다를 것은 없다. 가족들과 지인들은 슬퍼하고 다니던 직장에서는 또 새로운 사람을 구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생각이 이따금씩 드는 이유는 첫째로 이 부질없는 나라도 어딘가에 쓸모가 있지 않을까 하는 허영 가득한 기대감, 둘째로 미약한 나의 존재를 나만이라도 붙잡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다.


사실 타인이라고 다를 것도 없다.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고, 실제로 자신의 결정이 다수의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소수가 아니고서야 모두가 비슷한 비중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이 세상을 구성하는 것이 그 부질없고 미약하며 비슷한 크기의 비중들이란 점을 생각해본다면 굳이 나라고 사라져야만 하겠냐는 반문이 든다.


비록 허무한 논리지만 이 덕에 내일을 살아간다. 물론 내일도 비슷한 생각을 하겠지만 또 같은 허무한 논리 덕에 그다음 날을 살아간다. 그렇게 살아가는 개인들이 모여서 내 삶의 의미가 되고 타인의 삶의 의미가 된다.


작가의 이전글 단단한 일상을 꾸리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