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드름이 달리던 겨울

김성멘토의 생각한대로, 있는그대로

by 감성멘토


내가 살던 고향에는
어린 시절 냉장고가 없었다.
그래서 얼음은
집 안에서가 아니라
겨울이 되어야만 만날 수 있는 것이었다.
겨울이 깊어지면
처마 끝에 고드름이 달렸다.
뾰족하게, 투명하게,
마치 누군가 일부러 매달아 둔 것처럼
차갑고도 반짝이는 모습이었다.
텃마루에 올려둔 그릇 속 물도
어느새 단단히 얼어 있었다.
춥다는 것도 잊은 채
그 얼음을 오두둑 깨뜨려 입에 넣곤 했다.
아무 맛도 없었지만
그 차가움이 그렇게 좋았다.
아이스크림이 귀하던 시절,
겨울의 얼음은
아이에게 주어진 작은 사치이자
자연이 건네준 간식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집에 냉장고가 들어왔다.
얼음은 버튼 하나로 만들어졌고
고드름은 굳이 올려다보지 않아도 되었다.
편리해진 대신
겨울이 주던 신기함은
조금씩 사라졌다.
요즘은 고드름을 보기가 쉽지 않다.
겨울도, 집도, 풍경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아직도
처마 밑에 달린 투명한 고드름 하나가
그대로 매달려 있다.
차가웠지만
이상하게도 따뜻하게 기억되는,
그 겨울의 맛처럼.토으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불안보다

살포시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오늘을 살아가기*


#감성멘토#빨강머리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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