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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도 괜찮아

두루마리 휴지처럼 스르르 풀어바리자.

by 감성멘토앤


바람이 불던 날, 나는 찻잔을 건넸다


아침부터 바람이 심상치 않았다.

말 한마디에 먼지가 일고, 눈빛 하나에 공기가 흔들렸다.

나는 그저 설명을 하려 했을 뿐인데,

내 목소리는 점점 날카로운 바람이 되어 상대의 마음을 스치고 말았다.


문장은 틀리지 않았지만, 온도가 문제였다.

바람은 늘 방향보다 세기가 문제니까.

내 말이 닿기 전에, 그 사람의 표정이 먼저 닫혔다.

바람이 거세다는 걸 깨달은 건, 그제야였다.


그래서 나는, 바람이 불어간 자리에

따뜻한 찻잔 하나를 놓았다.

작은 미안함이 담긴 말 한마디,

“내 말이 너무 세게 들렸다면 미안해.”

마음이 먼저 녹길 바라는 온도의 사과였다.


다행히 그도, 찻잔을 받아들였다.

"괜찮아요. 저도 예민했나 봐요."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금은 어색하지만 조용히 다시 일터로 돌아갔다.


퇴근길, 나는 오늘 하루를 생각했다.

억울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나는 단지 방향을 알려주고 싶었을 뿐인데,

바람이 되었다는 이유로 사과를 건넸다.


하지만 어쩌면,

직장이라는 풍경은 이런 날씨를 품고 살아가는 곳인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억울한 바람이 되고,

가끔은 찻잔 하나로 서로의 온기를 되찾는 그런 곳.


그래서 오늘 나는,

바람이었던 내가

찻잔을 건넨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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